[5귀절 금강경 21-6]제21분. 설한 것도 없고 설해진 바도 없다: 제법 자체는 언제나 그대로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강을 건너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일단 강을 건너고 나면 전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서 미련없이 버리고 가야할 나룻배와 같다. 그래서 단순한 이동 수단인 배에 집착할 필요가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가르침이 나를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줄 법이라 하더라도 진리의 세계에서는 더 이상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K-POP 오디션에 참가한 가수 지망생이 기존 가수의 노래을 들고 나와 부르고 심사를 받는 것과 같다. 일단 그 음악으로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실어 심사위원과 청중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일단 가수가 되고 나면 자신만의 색깔이 든 음악을 영원히 더욱 발전시키는 것과 같다.
'본래 설법이라는 것이 설법할 것이 없으며, 설할 바도 없는 것으로 그냥 이름이 설법'이라는 말씀은 '곧 한 마디도 말한 바가 없고, 아무 것도 제시하는 바가 없다'에 통한다. 부처님께 직접 출가하여 가르침을 받고도 그 깊고도 오묘한 이치를 힘겹게 깨달았는데, 온갖 오탁악세에 젖어있을 후세 사람들이 어떻게 이 가르침의 참 뜻을 제대로 알아듣고 깨우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우리는 중생이라 하면 당연히 중생이라는 고정된 실체가 있다고 관념지어 버린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아무도 중생이 아니며, 중생 아닌 것도 아니고 다만 중생이라 할 것이 없으므로 이름하여 중생이라 한다고 말씀하신다. 약이라 하면 약이 따로 있고 독이라 하면 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을 보면 그저 하나의 존재일 뿐, 약이나 독으로 구분할 고정된 실체가 없어서 쓰임새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과하면 독이 되기도 할 뿐이다. 내가 일으키는 한 생각이 천차만별의 현상을 일으키는 것일 뿐, 제법 자체는 언제나 그대로이다.
즉 중생이라는 어떤 고정된 존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에 잠시라도 빠져버리면 어리석은 중생이 되고, 그런 생각을 탁 놓아버리는 순간 밝은 깨달음의 마음이 되기 때문에 중생이 아니지만, 다시 집착에 빠지면 어두워지기 때문에 중생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도 중생이라는 어두운 성품이 고정되어 있지 않지만, 인연에 따라 언제고 어두운 미망으로 빠져들 소지가 있다는 것일 뿐이다. 싸울 때는 무엇에 홀린 듯 내 감정에 빠져 눈에 보이는 것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 안정이 되면 어리석기 짝이 없었음을 알고 후회하게 되는 것도 똑같은 이치다.
나를 고집하면 희로애락의 고통과 갈등에 빠지지만, 한 생각을 일으키면 그 경계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이 세상 모든 법계가 다 한 마음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 마음을 떠나 별도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중생이라는 것도 모두 우리 마음 속에서 일어나고 형상화된 것에 불과하다. 생각을 일으키니 부처니 중생으로 분별하지만, 이 생각을 놓아버리면 모든 분별이 없어지고 만다. 꿈 속에 있는 세상은 깨고 나면 아무 것도 없다. 본래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관념을 벗으면, 그리고 생각을 놓으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있는 그대로 여여한 것임을 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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