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각자 집에 족보가 있다. 일종의 가족의 역사서다. 역사서의 기본은 이름과 관직이다. 외국의 유명 가계 뿐만 아니라 우리도 해방 후에는 서민들의 가계에까지 족보를 비치하게 된 이유는 그만큼 조상들이 세상에 이름을 남기기를 좋아했다는 말이다.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 대부분의 내면을 지배하는 사고방식이 되고 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임원 명단에 이름이 오르기를 학수고대하며, 학생들은 명문대에 가야 하겠다며 거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
팬들을 몰고 다니는 청소년 연예인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부의 축적을 목적으로 시작한 기업가들도 어느 정도 부의 성취가 이루어지면 자신의 이름이 재계 몇 위라는 결국 명성을 누리는데 몰두한다. 이를 위해 불법과 탈법도 서슴치 않기도 한다.
재대로 이름을 남기는 것은 공자의 기본적인 사상이다. "논어"의 '자로'편에 나오는 '정명론(正名論)'이다. 위나라 군주가 공자와 함께 정치를 하려고 하는데,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는 자로의 질문에 대해 공자가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알지 못하는 것은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의와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고 형벌이 적절하지 못해 사람들이 고생한다고 했다.
이름이 단순이 언어를 이용하여 무언가를 부르는데 머물지 않고, 오히려 말에 우선해야 하는 것이 이름이다. 이름이 말이라는 형식 이전의 내용, 보다 엄밀히 말하면 정체성을 의미한다. 이름을 붙이면 반드시 말할 수 있고, 말하면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어른이란 언행일치를 통해 말을 스스로 구차하게 만들면 안된다고 했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한 것이 어지러움의 근본이라는 말이다. 어른이 어른다울 때 비로소 어른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어른이라는 말보다 그 말이 지칭하는 실제 내용이 중요하다. "~답다"는 말은 그 안에 담겨야 할 본질을 말한다. 그 내용이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동일한 어떤 것이 아니라 개인의 지위와 역할에 합당한 방향과 수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모와 자식, 상관과 부하 같은 크고 작은 사회 조직에 자연스럽게 정해진 질서 안에서 만들어지는 구분이고, 이 이름에 맞게 말이나 행동이 뒤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유교에서 이야기하는 예의가 바로 언행이 일치하는 상황을 말한다.
예절이 막연히 선한 태도나 겸손이 아니라 바로 상황적 질서에 맞는 말과 행동이라는 말이다. 바른 몸가짐이란 정해진 질서에서 벗어나지 않고, 이름으로 정해진 바에 '답게' 행동하는 것이므로, 이 질서 기준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처벌대상이 되어야 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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