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1-5]제21분. 설한 것도 없고 설해진 바도 없다: 법은 깨달음의 길로 가는 방편이다.
요즘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나무들이 잎들을 떨어뜨리고 있다. 도로나 공터나 절마당이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낙엽들이 떨어지면 누군가 쓸어내지만 깨끗한 것도 잠깐 다시 또 낙엽으로 어지럽게 뒤덥힌다.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도 이와 같다. 금방 생겼다가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비우면 또 다시 다른 생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망상을 완전히 비우지 못하면 다른 생각이 들어올 수 없다. 마음을 비우는 공부가 바로 참선이다. 선이라는 이름이나 모양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공부 자체가 바로 선이라는 말이다.
선이라는 이름이나 모양을 생각하면 마음에 고정된 인식에 집착하게 되는데 이를 쓸데 없는 번뇌라 한다. '이런 것이 선이다'라는 법을 정하면 그에 따라 일정하게 고정된 의식에서 마음이 생기고, 이것이 주관이 된다. 이런 주관이 생기면 '저것은 선이 아니다'는 객관이 생기고 서로 대비되어 시비선악과 생사가 갈리고 이승과 저승도 생겨나게 된다. 그런 생각이 생겨나는 마음은 원래가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하나의 마음에서 주관과 객관의 두 개의 생각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을 비우면 마음이 하나가 되어 깨끗해진다. 집안이 깨끗하면 절 도량 같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청소를 마음 공부로 생각하면 수행이 되지만, 그냥 해야할 의무로 생각하면 일이 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즐겁고 괴로움이 나누어지는 것이다. 스님들은 마당을 쓸면서도 수행을 하지만, 중생들은 법당에 가서 부처님을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야 수행이 된다는 생각의 차이가 여기서 시작된다. 큰 스님에게 설법을 들어야 도를 더 쉽게 깨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 여기서 생긴다. 부처님께서 바보에게 하신 말씀과 수준이 높고 똑똑한 사람들에게 설하신 말씀의 수준이 크게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말씀을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피아노 줄이 너무 팽팽하면 소리가 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잘못하면 끊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너무 느슨해도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런 차이가 바로 마음에서 시작된다. 극단적 쾌락만 쫓아도 안되지만, 반대로 극단적 고행만을 택해도 안된다. 오직 각자의 개인의 능력에 맞게 적절한 중도의 길을 선택해야 지속적이고 올바른 수행이 될 수 있다. 마라톤 대회에서 끝까지 완주에 성공하려면 곁 길로 빠지거나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오직 정해진 주로를 따라 달려야만 가능하다는 이치와 다를 바가 없다.
부처님의 설법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마라톤 주로에서 곁길을 만날 때마다 진행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처럼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알려주고 밀어주고 끌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지, 공부하는 방법 자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마라톤 완주는 주자 자신의 몫이듯이 마음 공부도 수행자 자신의 몫이다. 부처님의 설법이 언제나 듣는 이의 처지와 이해의 정도를 고려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왕사성 안으로 탁발을 하러 가는 도중에 영축산 자락에서 아버님의 유언에 따라 동서남북 사방으로 돌아가며 절을 계속하는 젊은이에게, 동쪽은 부모님을 위해 서쪽은 자실을 위해 절하는 것이라는 육방예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신 것처럼 행위보다 사람들의 수준에 따라 마음가짐을 바꾸어 참도리를 알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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