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가 종종 있다. 내가 권유하는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추정하는 일은 항상 가능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의 행동 동기나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파악하기란 정말 어렵다. 내가 니즈를 충족시켜줘야 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어떤 기준에 따라 내 진료실을 선택해 왔는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이유다.
환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되면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더욱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으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환자가 생각하는 서비스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개월 정도 기침과 호흡곤란이 계속되는 환자에게 종합병원에 가서 더 자세한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수 차례 권유했지만, 그 때마다 그냥 이대로 치료를 받고 싶다고 고집을 꺽지 않는 환자가 있었다. 어느 날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부인이 부랴부랴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몇 가지 검사를 하고 다시 집으로 모시고 왔다. 자기는 아무 치료도 원하지 않고 그냥 집에서 사랑하는 부인과 조금더 시간을 보내다 죽고 싶다는 고집을 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병동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병원에서의 입원치료의 좋은 점과 편안함을 설명해 드렸지만 어림없었다. 병원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환자가 표현하지 않은 필요와 욕구를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었다. 교훈을 얻은 경험이었다.
제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휼륭한 생각을 하고 헌신과 봉사를 한다고 해도 누구를 위해서 이 일을 하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제대로 성공하려면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 그리고 두려움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 막상 그렇게 하려면 정말 힘들다. 왜 그럴까? 어떻게 보면 나 자신이 걸림돌일 때가 있다. 나의 성장 배경, 경험, 전문성에 대한 과신과 나 자신이 모여 만들어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나 자신의 인생관에 기반한 삶에 대한 전반적인 추정은 매우 협소한 '나'만의 상황인식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다양한 가치관과 꿈, 그리고 신념을 바로 보지 못하고 나만의 생각으로 추정하는 것은 위헙하다.
통계를 근거로 하거나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진료를 하기 때문에 나와 같을 것이라는 추정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지만 잠깐만 정신을 팔면 매번 그런 익숙한 길로 빠지게 된다. 자칫 환자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진료를 하게 된다는 말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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