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고 원하는 대학에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 입학의 문을 두드리는 시기다. 세월은 나와 함께 머물지 않고 기다려주지 않고 흘러간다. 한번 지나간 오늘은 영원히 과거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세월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상식이라고 여기는 통념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삶의 과정 자체가 사회적으로 인정 받기 위해 애쓰는 시간들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줄 수 있도록 능력을 쌓는 일에 본능적으로 매진한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사계절이 분명한 환경에서 함께 두레를 형성해서 정해진 시간 안에 농사를 지으며, 그 속에서 구성원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경쟁이 이루어져 왔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프다."는 전통적 경쟁의식 속에서 경제개발 시대의 눈에 보이는 경제적 성공을 보면서 10대 청소년들은 자신의 능력 유무와 수준의 잣대가 바로 대학입시였고, 그만큼 온몸을 던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대학생들의 취업 경쟁도 같은 맥락에서 이어지면서 입시경쟁보다 더 치열하다. 대학은 학문탐구라는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거의 취업학원으로 전락해 있는 실정이다. 졸업을 전후하여 한두 해 안에 취직하지 못하면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사회적 경험이 없는 젊은 청년들이 학점관리와 별도로 스펙쌓기 유혹에 쉽게 빠지는 이유가 바로 졸업 전후의 취직과 관련된 시간적 제약이다. 다행히 직장에 가더라도 잠시도 안심하지 못하고 숨통을 조여오는 무시무시한 승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직장생활이 지속될 수 있다.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사다리형 경쟁구조의 차가운 흐름에 올라타 한 단계씩 올라가야 한다. 한 사람 밖에 올라가지 못하는 사다리에서 자칫 뒤처지면 실패한 인생이 기다린다. 인정을 받기 위해 조직이 원하는 인간형에 철저히 스스로를 일치시키게 된다.
피라미드는 올라갈수록 폭이 좁아지면서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에 정년이 될 때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인정받기 위해 능력을 연마하는데 온 정력을 쏟으며 살아가야 한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과 사회적 인정이라는 냉혹한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태에서 스스로 발길을 멈추는 것까지도 불가능한 삶에 넌더리가 나고 지친 부모들은 한번의 시험으로 평생이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이나 전문직으로 자녀들을 내몰고 있다.
능력과 사회적 인정만을 쫓는 사회는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상태나 마찬가지의 삶으로 사람들을 밀어넣고 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임을 생각하자. 오늘은 절대로 영원히 이어질 수 없다.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살을 살자.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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