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2-3]제22분. 얻을 수 있는 법이란 없다: 이미 일어난 상황은 그대로 대응하자
도를 깨치려 절에 들어간다는 말은 순수한 행동이 아니라 도를 얻으려는 마음 그 자체가 바로 중생의 틀을 완전히 벗지 못한 탓이다. 사회에서 출세를 하거나 명예를 얻으려는 마음이나 똑같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얻고 난 뒤 모든 선사들이 '할 일이 없다'거나 '얻을 것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삶의 일상은 밥 먹고 똥 싸는 일일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망상에 따라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생각이나 마음 먹기에 따라 훌륭한 언행을 할 수도 있지만, 천박하고 폭력적인 사람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어떤 일이든 막상 당하고 나면 못할 일이 없다. 물에 빠진 사람이 급하면 못치던 개헤엄이라도 쳐서 살아나려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만약 물에 빠진 상태에서 '나는 헤엄을 못치니까 이대로 죽을 수 밖에 없구나'라며 누가 구해주기만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수영을 조금은 할 수 있다. 생각이 그런 능력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생각이 존재와 따로 떨어져 고집을 피운다면 몸과 마음이 상할 괴롭고 힘든 일만 남았을 뿐이다. 그런 쓸데 없는 고집을 놓아버리면 그 때부터 처한 환경 속에 스스로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 우리다.
내가 죽기 싫다고 해서 죽지 않을 수 없은 것이 우리 인생이다. 험한 세상에서는 더욱더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게 된다. 달리다가 길에서 자전거와 충돌했다면, 이미 사건은 일어난 것이다. 내가 왜 조심을 하지 못했을까 후회해 봐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서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나 일은 존재하지 않고, 또 그럴 수도 없다. 다만 나의 취향이나 기호에 맞추려는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마음이 빚어낸 현상일 뿐이다.
우리는 누구와 언제 어디서나 만나 서로에게 맞춰가며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유전적으로 진화되어 왔으며, 유전자 속에 그런 정보들이 입력되어 있다. 맞추어 산다는 작은 일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힘을 빌리는 노력을 해서 함께 모아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 나의 생각을 바꿔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큰 힘이 필요한데, 혼자서 하려고 끙끙대다가는 일도 못하고 자신의 몸도 망가지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아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배우자가 먼저 사망하면 하루도 못살 것 같지만, 결국 혼자서도 살아가게 되어 있다. 내가 놓여있는 그 상황 그대로 언제나 앞을 보며 살아야 하는데, 우리의 망상이 항상 우리를 과거에 묶어두고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생각들에 묶여 현재를 놓치고, 오지도 않은 미래에 묶여 오늘을 놓치고 현재의 시간은 끊임없이 거침없이 그런 나를 지나쳐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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