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에서 시집을 한 권씩 나눠주면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일 년에 한 줄이라도 시를 읽어보자. 멀리 던져놓지 말고 가까이, 하다못해 화장실에 갖다두고서라도 한번씩 한 줄이라도 읽어보자고 한다. 학창시절의 눈이 아니라 이제 자연인의 눈과 마음으로.
시를 읽으면서 좋은 점은 내 속에 잠자던 감성을 깨울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거실 방문을 열어 귓가를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나도 한번 멋진 시상을 떠올리여 시도할 수도 있어야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시린 바람의 맛만 보고 문을 닫는다.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 철저히 이성적이고 형식화되어 왜곡된 눈으로만 시에 접근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심지어 시를 대상으로 시 전체의 문제의식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개별 시어의 의미까지도 답으로 배우고 외워야 했다.
그렇게 외운 답을 사지선다로 골라서 찍는 어처구니없는 수업을 했다. 시는 그렇게 읽고 느껴야 하는 줄로 알았다. 그러니 사회생활에서 감성을 발휘할 기회가 있을 수 없고, 종합과 분석을 특징으로 하는 합리적 이성으로만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했다.
그런 합리적 이성의 능력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개인의 경쟁력이었다. 일이나 업무에서 감성을 동원하는 순간 무능력하거나 직장 생황에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마련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감성은 매마르고 사고방식은 굳어진다.
자연과 사람을 붙들거나 손 안에 거머쥐어야 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분석하고 분별하는 사고방식에 물들어 버린다. 이성 중심주의나 과학기술 만능주의가 제공한 개념이 내 자신과 일체화된 존재 양식처럼 굳어져 버린다.
마음의 눈을 잃어버린 것이다. 앓어버린 마음의 눈을 다시 찾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감성의 눈으로만 보면 해결된다는 말이 아니다. 내 마음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말을 고르기 위한 엄밀한 논리를 세워야 한다.
일단 뜻이 전달되고 나면 사용한 말은 잊어야 한다. 그렇게 논리의 눈에 머물지 말고 마음에 일어나는 감성의 눈을 떠야 옳고 그름의 분별적 사고를 넘어설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도 내 자신의 마음을 통해 말을 잊는 경지를 말씀하셨다.
발을 잊는 것은 신이 잘 맞기 때문이라는 장자의 말도 멋지다. 옳고 그름을 잊을 줄 아는 것은 마음이 알맞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안으로 마음이 변하지 않고 밖으로 사물에 이끌리지 않는 것은 사리 분별에 알맞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방식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감성으로 봐야 할 부분도 이성과 논리가 요구되는 이상한 습관에 물들어 있다. 이성과 논리의 눈을 접어야 마음으로 다가설 감성 공유의 길이 열리게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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