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중에 걷거나 달리다 보면 마음을 서두르지 않아도 원하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그냥 걷기 그 자체가 좋아진다, 우리 시대 삶의 문제는 생각이나 사색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강변이나 해안가, 또는 산길을 걸으며 느끼는 적적함이 가져다 주는 달콤한 안락감은 나의 분주한 마음마저 정복하여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옛말을 나도 모르게 믿고 지지하게 만든다. 걸으면서 잠기게 되는 명상들은 걷기의 결실이다.
뜨거운 여름이나 차가운 겨울 내내 그런 생각의 열매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가 툭툭 하나씩 내가 지나갈 때 떨어지는 은행나무 열매 같다. 걸으며 생각에 잠기면 이성적으로 사고할 뿐만 아니라 감성적 차원의 위로도 받게 된다.
걷기는 강력한 감정 촉발로 이어지기도 하며, 그런 감성들이 상상력을 마구 샘솟게 만드는 낭만적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적 경험을 동반하는 신체 활동임을 알게 된다.
도시길이라고 다르지 않으며 흥분에 휩싸인 채 환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어떤 길이든 오가며 함께 이동했던 사람들과의 경험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게 되기도 한다. 어떻든 걷기나 달리기는 여기를 떠나 저기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난다는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책과 컴퓨터는 펼치거나 열지 않은 채 책상 위에 내버려두고 그냥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마치 먼 곳을 여행한 듯한 결과를 만들어 준다.
모든 가능성과 자발성, 그리고 자유 같은 것 말이다. 저 밖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던 마음 속에 품었던 의문들이 걷기나 달리기를 통해 답을 구할 수 있는 기회을 얻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나를 얽매고 있던 것들에서 벗어나 떠남이 뭔지 알게 된다.
배주머니 속에 새끼를 넣고 다니는 캥거루 같은 포켓동물들처럼 백팩 배낭에 세상 물건들을 넣고 담아 등의 일부로 만든다. 짐을 실을 소나 말, 자전거나 자동ㅊㅏ가 없는 이상 삶에 필수적인 것만 빼고는 모두 버려두고 떠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일상 중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슬렁거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걷기나 달리기의 다양한 모습과 그것이 가져다 주는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의 경험들을 소개한 글과 책들, 그리고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
생각지도 않게 어떤 계기로 낯선 길을 걷거나 달리다 보면 시간적 흐름에서 벗어난 느낌을 받게 된다. 순간적이면서도 그런 장소와 시간의 순간은 어디 수련회에 온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긴 수련을 마친 것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