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2-5]제22분. 얻을 수 있는 법이란 없다: 재앙을 재앙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는 한 재앙은 사라지지 않는다
삶의 어느 순간이나 마음이 편안해야 언제 어느 때고 일어나는 모든 사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평소에 하는 나의 생각이나 말, 혹은 행동, 심지어 눈길이나손짓 하나까지도 모든 것이 모여지는 것이 나의 인생이다. 그런데 언제나 내 인생을 이루고 있는 귀중한 순간순간들을 헛되이 놓치거나 망쳐버리기 일쑤다. 상황이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선되길 바라고, 상황이나 조건이 호전되면 이제 그것이 사라질까 걱정한다. 그런 불안정한 상활 속에서 시간이 내 인생을 송두리채 바닥으로 내던져버리는 것이다.
세상이란 곳이 본래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인 만큼 시끄럽고 싸우고 복잡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자유와 평화의 길이 의미를 갖게 되고, 모든 것이 욕심 때문에 생기니 청빈의 가치가 존중받고, 괴롭고 불안정하니까 즐겁고 편안한 해탈의 길이 관심을 끌게 된다.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자신의 일만 즐겁게 할 수도 있다. 세상이 부른다고 세상에 나가고, 세상이 버렸다고 물러나는 것이 혹시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사회의 요구에만 끌려가 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특별히 높은 수준이나 조건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나 자신의 모든 언행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 바로 불법이라는 것이다. 엘리트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프로 선수들이 스타로 대접받는 세상에서는 우리 스스로가 나 자신의 몸을 단련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소홀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유명인들의 팬모임 역시 이와 비슷한 대리 만족의 마음 차원이다. 이것이 심해지면 신격화가 이루어진다.
누더기 승복을 입고 있다고 해서 수행이 높은 것도 아니며, 고행을 많이 한다고 해서 훌륭한 수행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형상에만 치우치면 옷을 헐벗을 처지인 거지들이나 온갖 신기한 기술들을 가진 차력사나 서커스단원이 더 훌륭한 수행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나를 고집하지 않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을 때 일어나는 마음에서 아상이 소멸되어 가는 것이다. 특별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아상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 만물이 비록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이나 가구들도 애초부터 '내 것'으로 지어지고 제작된 것이 아니라 나의 필요에 따라 단지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저 물건을 적게 가지고 있다고 무소유를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과도한 욕심이 없어져야 비로소 무소유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마음에 욕심이 있고 그것을 얻으려는 마음의 뿌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항상 복과 재앙에 대한 분별심에 휘둘려 힘들고 괴로운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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