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3-4]제23분. 상이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선을 행하라 : 내 마음이 청정하면 세상이 깨끗하다
정심(淨心)은 깨끗한 마음이다. 먼저 욕심, 번뇌, 집착이 없는 마음, 나아가 너무 깨끗하여 아무런 티끌도 없는 청정무구의 마음이다. 착한 일을 할 때는 아무런 집착도 없이, 바라는 마음이 없이 내가 실천한다는 생각마저도 잊은 채 행하는 일이 많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이, 담기는 그릇에 따라 그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듯이, 어떤 의도나 모양을 스스로 지어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하는 것을 맑은 마음으로 선을 행한다고 한다.
지위가 높고 낮음이 없으며 수명이 길고 짧음도 없고 속이 차거나 빈것도 아니다. 진실하고 헛되다고 분별할 수도 없이 오직 진실하다. 그래서 이 법을 아뇩다라삼막삼보리라 이름한다. 이것은 모양도, 형상도, 소리도, 냄새도, 감촉도 없으므로 얻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얻을 바가 없다. 중생과 부처는 원래가 둘이 아닌 하나이기 때문에 서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삼라만상이 본래 있는 그대로 똑같으며 다 부처고 불법이다. 모두가 부처이며, 모두가 불법이라는 말이다.
단지 내가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시시비비로 인해 깨끗함과 더러움, 추함과 어름다움, 좋음과 싫음, 옳음과 그름, 신성함과 천함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업식과 관념에 의한 색깔로 채색된 안경을 쓴 채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본래 그런 채색되 차별화된 세상이 정상인 모습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어리석음, 즉 관념의 두터운 벽이 무너져 버리면 세상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 여여하게 다가오게 된다. 내가 어리석었을 때도 세상은 언제나 여여했지만, 내가 눈을 바로 뜨고 바라볼 때도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아무런 차별성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 마음이 청정하면 세상이 깨끗하다. 이런 이치를 바르게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깨달음이라 말한다. 깨달음이란 어떤 경지나 단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처럼 마음 속 미혹이 사라질 때 그 이름을 깨달음이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절에 열심히 다니고 수행을 하고 방생을 하고 착한 일을 많이 해도 내 마음 속에 무엇인가 기대하거나 시비를 따진다면 시간만 흘러갈 뿐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는 어렵다. 무엇인가 분별하고 우열을 나누며 차등을 짓는 마음, 복을 구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한은 아무리 열심히 기도하고 선행을 쌓아도 결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는 없다. 마음에 상의 울타리를 완전히 걷어버리고 마음의 장애가 가시고 일체의 분별이 끊어지고 마음 속에 어떤 형상도 짓지 않은 상태에서 행하는 선한 법이야말로 깨달음으로 이끄는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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