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3-1]제23분. 상이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선을 행하라 : 부처의 행은 일체 중생에게 베푸는 것이다
옛날 어떤 절에 조실 스님이 한 분 계셨다. 그 절에는 땅이 많아서 스님들이 먹고 1년에 백 가마니가 남았다. 어느 해 흉년이 들었다. 사람들이 양식이 없어 굶주렸다. 그리고 쌀값이 올라서 쌀 한가마니와 논 한마지기가 맞바꾸어졌다. 이시기에 스님께서 공사를 벌였다. 하천에 논을 만드신 것이다. 그 임금으로 쌀 백가마니가 없어졌다. 논은 10마지기가 만들어졌다. 경제성이 없는 짓을 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누군가 와서 그 논을 팔아라 하였다. 그러니 당시 시세로 파니 쌀 열가마니가 생겼다.
이제 난리가 났다. 쌀 백가마니로 시작했는데 10가마니가 되었으니, 확실히 90가마니 손해가 난 것이다. 난리 치니, 조실스님 말씀하시길, 너희들 왜 그래 야단이냐? 논은 논대로 있고 쌀은 또 10가마니가 생기지 않았느냐? 불법의 도리는 사량분별로만 계산해서는 안된다. 굳이 네것 내것 따지니 잘했니 잘못했니가 생긴다. 또 그런다고 삼보수호비(보시금)를 가지고 내거 네거 아니라고 고스톱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껴쓰고 검소하게 사는 것과 일체 중생에게 베푸는 것은 다르다.
어떤 부자 집 보살이 자신이 다니던 절에 가서 부모님 돌아가셨다고 쌀 백석을 내고 제사를 잘 지내 달라 부탁하였다. 당시에 이 돈은 매우 큰 돈으로 특별히 큰 스님께 가서 잘 지내 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한 것이었다. 천도제는 원래 49재 49일째에 지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부터 큰 스님께서는 잘 알았다고 하시고, 돈을 받고는 다니면서 그 돈을 이리 저리 막 쓰시는 것이었다. 거지가 오면 거지에게 주고, 어려운 사람이 이야기하면 턱 하니 줘 버리고..이걸 본 주지 스님은 속이 탄다. 그런데도 큰 스님은 주지에게 이르길, “이번 재는 내가 하기로 했으니 주지는 신경쓰지 말게” 그러신다.
49재가 다가오자 큰 스님은 아주 조금의 돈을 가지고 시장에 가서 특히 가난하고 못사는 할머니들이 파는 곳에 가서 싼 나물과 싼 채소를 조금 사다가 직접 볶고 요리하여, 아침 예불 후 죽비 세 번 치고 참선 후 끝내버렸다. 보살이 와서 물어보니 큰 스님 말씀이 “오, 내가 잘 지냈느니라.” 그런데 주지 스님께 여쭈어 보니 제를 지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자세히 안 그 보살이 난리를 쳤다. 이때 평소에 절에 잘 오지 않는 그 남편이 큰 스님의 말씀을 듣더니 ‘큰 스님 말씀이 옳다’하고 그 보살을 데리고 갔다. 말하자면 ‘부모님을 위한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다 나누어 줬으니, 배고픈 일체 중생을 위하여 특별히 잘 지낸 것이다.’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보살은 천도제는 이러 이러하게 지내야 한다는 상을 짓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 소견머리로 형상을 보아 판단하므로 이와 같은 오류를 내는 것이다. 소견머리를 놓아 버려야 하는데, 자기 소견머리로 길길이 뛴 것이다. 정말 신심 있는 불자라면, 자기 스승인 큰 스님이 그렇게 하셨다면 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허튼 짓했다는 생각을 내고, 그러면 그 순간 자기의 스승이 허튼 짓을 한 것이라면 그 오래 절에 다닌 것도 허튼 짓이 된다. 절에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 생각에 빠지면, 한 생각 잘못 일으킨 과보가 자기에게 오는 것이다.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