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나 달리기 또한 진정한 삶이나 달리기가 아닐 수 있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네 삶 자체를 즐겨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내 마음 속에 이미 존재하는 행복과 즐거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살아가거나 달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달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학생이 어떤 앎을 깨닫게 되는 배움의 과정 그 자체를 즐거워하듯이, 삶과 달리는 과정 그 자체가 기쁘고 즐거워야지, 기쁨과 즐거움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쁨과 즐거움은 공부와 수행의 과정에 알게되는 깨달음처럼 그냥 삶이나 달리기의 과정에 부수되어 따라오는 하나의 결과일 뿐이다.
삶과 달리는 과정 그 자체가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해야만 한다.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는 말은 조금 더 노력하라는 의미이지 삶 자체를 고통스럽거나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때처럼 하루의 삶을 마치고 저녁이 쉬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을 때 기분 좋은 피로감을 느낄 정도는 좋지만, 녹초가 될 정도로 지쳐서는 안된다. '한꺼번에 확' 바꾸거나 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변하고 있는 계절의 변화처럼 '매일 매일 조금씩' 변화해 가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매일 한 귀절이라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 짧은 시간이라도 그것을 통해 하루 하루의 삶 자체를 인식하고 소중히 여기고 즐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어떤 바쁜 일로 정말 한 귀절도 읽지 못하였을 때는 진한 아쉬움이 남으며 다음 날은 꼭 읽어야 되겠다는 결심을 새롭게 할 수 있다.
그런 삶의 균형추가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의 사고방식이다. 삶이 나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내 본성을 쫓아 살아가야 함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내 삶의 무게와 방향을 유지하는 균형추의 영역을 벗어나면 쓸데없이 삶이 어려워지고, 조급증과 목표 지향적 사고에 물들어 삶의 과정 하나하나에 긴장하게 되고 애쓰게 된다.
달리는 주자들 중에 달리기에만 몰입해서 달리기의 즐거움을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억지로 이를 악물고 힘들게 달릴 때보다 평화스럽고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훨씬 더 잘 그리고 깊이 즐길 수 있다. 이 진리를 잊어버리면 내 인생에는 좌절감만 쌓이게 될 것이다.
기쁨과 즐거움은 놓치고 좌절감만 쌓이는 삶은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억지로라도 삶이나 달리기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는 오해와 집착, 혹은 강박감에서 비롯된다. 당연히 소용없는 일이다.
뭔가 영웅적이거나 어려우며 자랑할 만한 일을 위해 애쓰거나 얻거나 성취한다는 느낌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고 달려야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살아가거나 달릴 때 긍정적인 상태를 뭐든 마음 먹거나 말거나 버리거나 얻어야 한다는 강박이나 강요를 가해서는 안 된다.
살아가거나 달리면서 편안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낄 때는 올바른 정신으로 나 스스로 마음을 열고 현재에 충실할 때 뿐이다. 삶이나 달리기에 어떤 정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똑같아 보이는 삶과 달리기의 모습이지만 나 자신이 기쁘고 즐거운 삶과 달리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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