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3-7]제23분. 상이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선을 행하라: 기와를 갈아서는 거울을 만들 수 없다.
우리의 일상은 항상 무언가 분별하는 과정의 연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나다, 너다, 중생이다'의 일체 분별이 끊어져서 모든 법을 닦고 그것을 행하게 되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 바른 길이다. 문제는 매일 같이 절에 다니고, 수행하며,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하더라도 내 마음 속에 무엇인가 기대심이 있고, 시비심을 일으키고 있다면 시간만 흘러갈 뿐,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항상 무엇인가 분별하고 우열을 나누고 차등을 짓는 마음, 복을 구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한은 언제나 고요한 안심입명(安心立命)은 한 여름밤의 꿈일 뿐이다. '나와 너, 그리고 중생'이라는 분별심을 깨끗이 거두는 노력의 과정이 거듭되어 마음의 장애가 사라지고 일체의 분별이 끊어지면 마음 속에서 어떠한 형상도 짓지 않게 되고 이러한 상태에서 행하는 모든 착한 법의 실천이라야 그대로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착하고 악하고 하는 법 자체가 사실은 고정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과 상황, 혹은 장소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무엇인가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 다시 일상의 사상의 집착에 빠지는 것이므로, 이 점을 경계하기 휘해 부처님은 다시 선한 법도 다만 이름이 선한 법이라고 말씀하신다. 깨달음 또한 똑 같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시비와 분별이 끊어지기만 하면 부처님에서 하찮은 미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체 만물이 부처이며, 또한 부처 아닌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 세상 모든 곳이 법당이 아닌 곳이 없고,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곳이 없다"는 스님들의 말씀이 바로 그 의미다. 깨닫고 보면 우리들 모든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부처님을 공양하는 일이 된다는 말이다. 요즘 텔레비젼 드라마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자기 이익을 위한 욕심의 거미줄과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수렁은 그 반대편의 이야기이다.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자신의 애욕과 욕심을 위해 형식상 시행하는 보시와 선한 일들의 결과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욕심을 내는 마음으로 덤비는 마음 수행은 아무리 오래, 힘들게 하더라도 항상 너무 멀리서 구하려 하기 때문에 바로 눈 앞에 있는 깨달음의 길을 보지 못하지만, 욕심을 순순히 놓아버릴 때 눈 앞에서 해탈의 길이 열리게 된다. 마치 돈이나 권력, 혹은 명예를 탐하는 마음으로 깨달음을 구하는 것은 마치 모래로 떡을 만들겠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이다. 애초에 처음으로 길을 잘못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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