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전히 아름다운 여명이 나를 둘러싸고 몰려오고 있다. 내 머리 위에 있는 잿빛 하늘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밝게 빛나며 하루의 기운을 전하는 해가 떠오르는 길을 열어주는 시그널이라는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을 여전히 전해주고 있다.
나는 또 매번 하듯이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삶의 잔상들과 대화를 나누고, 내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삶의 즐거움과 고통스런 상황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내 영혼의 빛이 사방을 뒤덮고 있는 어스름을 뚫고 나오는 것을 느낀다.
그런 느낌 속에서 아무리 절망적이고 의미없는 세상을 뛰어넘어 삶의 긍정적인 목적이 있는가라는 나의 질문에 어디선가 '그렇다'라는 활기찬 대답 소리를 듣는다. 바로 그 순간에 수평선 저 멀리 늘어선 강과 아파트 사이로 붉은 덩어리가 떠오른다.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이 못하는 동트는 새벽의 초라한 어둠을 뚫고 세상을 밝히는 큰 빛이 다시 세상에 돌아오는 것이다. 아무리 어두운 밤에도 항상 새벽은 준비되고 있으며, 그 새벽을 밝힐 불은 이미 자신의 자리를 찾아오고 있다.
내 옆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눈을 들어 집사람의 눈을 바라보는 듯한 격한 감동을 느낀다. 그런 삶의 느낌은 가로수 위해 앉아 나를 환영해주는 까치만큼 너무 생생하게 전해진다. 삶의 일상에서도 예술이 가능할까?
무엇이 예술이냐는 물음에 어떻게 답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잠시 동안 마음 속 광장을 깨끗이 치우고 나와 삶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바라보고 웃고 울며 현재 내가 처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음치인 사실을 잊고 노래를 부르고, 문치이면서도 시를 읊어보려 노력한다. 세상의 눈에 굳어진 몸으로 촌극을 하기도 하면서 내가 처한 삶의 현실을 풍자하며 웃기도 하면서 내가 어려움을 잊기도 한다.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분명히 도움이 된다.
삶의 보상은 여흥꺼리에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칭찬에도 보상이 들어간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회에서 보호해주어야 할 일도 있다. 현실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예술 행위는 어떤 것이든 어느 정도는 이상하다.
고통스럽고 힘든 보호를 필요로 하는 예술 사이에 놓여 있는 엄청난 간극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기 때문에 감동을 받게 된다. 아무리 힘들고 처절한 삶의 현장일수록 예술과 유머는 사람들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래서 없어질 수 없는 필수품이다.
바로 옆 방에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흔적이 아주 희미하고 짧게 지속되는 자연의 소리나 모습들이 자기 보존을 위한 투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무기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능력과 초연함을 가져다준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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