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5-4] 제25분. 교화하되 교화하는 바가 없다 :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도 아름다운 연꽃이 핀다.
우리는 이 상은 깨뜨리고 저 상을 취하고, 저 상을 깨뜨리고 이 상을 취하기를 반복하며 살아가기 일쑤다. 깨끗하다는 상을 취하고 더럽다는 상을 분별한다. 그래서 분별하지마라 하면 분별하지마라는 상을 또 짓는다. 분별하지마라 하는 것도 버려라 하면 ‘분별하지마라 하는 것도 버려라하는 상’을 턱 취한다. 무슨 말인가?
누구를 분별하면 부처님께서 분별하지 마라 했는데 너 왜 분별하느냐? 하면서 분별을 일으킨다. 상대가 나에게 너 왜 분별하냐 하면, 분별하지마라하는 그런 상도 버려라 했는데, 너 왜 나에게 분별하냐 하며 시비한다. 분별하지마라 하면 누가 뭐라든지 시비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옳다 그르다’하며 싸우다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이 없다 하는 상’을 지어 너희들 왜 옳다 그르다 하며 싸우느냐? 본래 옳다 그르다 할 게 없는데 하면서 성질을 부린다.
이렇게 우리는 말을 하거나 단어를 쓰면 금방 상(모양)을 짓는다. 수보리와 부처님께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보리가 '아'라 할 것이 있다는 상을 취하니 부처님께서 금방 '아'라 할 것이 없느니라. 다만 범부들이 '아'가 있다고 할 뿐이니라 하니, 수보리가 또 '그럼 어리석은 놈들은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하며 범부라는 말에 또 상을 짓는다. 그러니 범부라 할 것도 없다 하시며 다시 범부의 상을 깨신다.
그러니 계속 말이 반복되고 말이 말을 물고 나가는 것 같지만, 수보리가 한 없이 상을 짓기 때문에 따라가시면서 그 상을 깨뜨려 나가고 있다. ‘화 무소화’, 즉 되어짐이 없이 되어진다. 함이 없이 한다. 교화함이 없이 교화한다. 중생을 이롭게 함이 없는 것 같이 하면서 중생을 이롭게 하고, 교화함이 없이 교화한다.
내가 교화한다 하는 생각없이 교화한다. 또 교화를 받는 사람도 내가 저 사람에게 교화 받았다 하는 의식이 없이 교화가 된다. 더러운 진흙탕에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연꽃이 핀다.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금강경을 기억하고 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중생들은 자신의 연꽃을 피우게 되고, 또한 더러운 흙탕물조차 깨끗하게 정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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