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5-3] 제25분. 교화하되 교화하는 바가 없다 : 내가 짓는 상이 바로 망상의 원인이 된다.
만약에 중생이 있어서 여래가 제도를 한다고 하면, 여래가 곧 '아상'을 가지고 있고, 마찬가지로 '인상'이 있고 '중생상'이 있고 '수자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가 중생이라서 중생을 제도한다고 하면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집착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중생이라 할 것이 없는 줄을 확연히 아는 것이 바로 중생을 제도 하는 것이다.
원효대사께서 불쌍한 방울 스님을 보고 여러 가지로 자비와 사랑을 베풀었다. 그래서 그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방울스님은 불쌍한 사람이 아니었다. 방울스님은 이미 깨달아 밝게 보는 자였는데도 불구하고 행색이 초라하고 볼품이 없다는 상(相)에 집착하여 구제해 주어야 할 불쌍한 중생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럼 원효가 한 행동은 무엇인가? 망상을 일으키고 망상에 따른 갖가지 행동이었다.
그런 행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행동이 망상에 사로잡힌 꿈 속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방울스님이 본래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방울스님이 본래 불쌍한 존재라는 무명에서 확연히 깨어났을 때, 바로 일체 중생이 그와 같다. 방울 스님이 중생이 아닌 줄을 깨쳐도 그가 밥을 얻으러 오면 밥을 줘야 한다. 그래서 불쌍하다는 생각을 뛰어 넘어 보시해야 한다. 상을 짓지 말고 보시해야 한다.
중생이라 중생하지만 중생이라 할 것도 없고, 다만 그 이름이 중생이고, 범부라 하지만 범부라 할 것도 없고 그 이름이 범부고,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라 하지만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라고 할 것도 없고 다만 그 이름이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다. 이것을 통 털어 한마디로 하면, 일체 상이 지어진 것은 다 허망한 것이다. 제법은 공하다. 그런 뜻이다.
그것이 중생이라는 것도, 부처라는 것도, 깨달았다는 것도, 범부라는 것도, 장엄이라는 것도, 정토라는 것도, 크다는 것도 작다는 것도, 복이라는 것도 그 무엇도 상을 지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마땅히 구제 받아야 할 중생이 내가 생각하는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런 권위에 사로잡힌 바로 나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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