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이치를 믿거나 믿지 않는 것은 개인의 정서에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친다. 그것을 믿는 사람은 가장 비관적이고 실망스러울 때조차도 굳건히 신념을 지켜나간다. 마치 버스 도착 예보판의 남은 시간을 기다리는 노력이 쓸모없는 일이 아님을 믿는 것처럼.
주자들은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했다고 자만하거나 실패했다고 의기소침해 하지 않는다. 승리에 도취되어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졌다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성공은 항상 내 편은 아니지만 노력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노력을 해도 이치대로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감이 하늘에서 뚝 내 입안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먼서 스스로 홍시 달린 나무 똑바로 수직으로 아래에 입을 벌리고 눕는 노력은 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인생은 내 주도대로 살아가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있다. 무턱대고 들이대기보다 이치대로 처신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안정된 기분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의 결과에만 집착하여 무엇을 얻으려는 마음만 꼭 붙든 채로 그것을 얻는 방법을 바꾸려 하고 있다. '받으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하면 내가 가진 재물을 보시하거나 봉사하는 일은 하지 않게 된다.
아깝고 힘들었던 일은 '베풀지 마라'는 명분으로 '이제 보시나 봉사를 하지 않고도 확실히 얻을 수 있다'는 얻으려는 마음만 강화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자기 욕심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베품이 공(空)하다'는 말은 원래가 이 세상에 그 어떠한 물건도 내 것이 없는 까닭에 '내 것을 남에게 준다'는 생각을 버리고 베풀 때 비로소 진정한 베품의 공덕이 인연으로 될 수 있다는 의미임에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앞뒤가 바뀐 자기논리에 빠져있다.
어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므로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바라던 결과를 얻을지 여부는 순리에 맡기면 된다. 이 때의 순리가 바로 예보대로 버스가 제 시간에 도착한다는 믿음이다.
그래야 마라토너가 완주의 심리적 압박을 차분히 딛고 열심히 달리기에만 집중하듯이 결과의 부담을 덜고 노력하는 과정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세상살이의 이해득실에도 담담하게 되고 세상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다.
세상살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하되, 마지막 결과는 순리에 맡기는 것이 일의 이치대로 노력하는 것이고, 그래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무엇이든 억지로 강요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늘도 봄바람 살랑이는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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