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우울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누구나 그런 귀찮고 힘빠지는 상황에서 빠져 나오려 진료실을 찾는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우울감에서 빠져나오려 애를 쓰면 쓸수록 마치 물결에 휩쓸린 사람처럼 더 깊이 빠져 들어가게 된다.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기보다 온 몸에 힘을 빼고 물을 끌어안듯이 가만히 엎드려 온 몸을 최대한 수평으로 물에 넓게 밀착시켜 천천히 포복하듯이 수영한다.
우울감은 나 스스로 무가치하고 불완전하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다. 한번 빠져들면 애를 쓰면 쓸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의식하거나 못하거나 관계없이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속으로는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여기면서도 겉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마치 아이가 엄마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재롱을 피우는 것이나 똑같다. 자신의 무가치함을 스스로와 동일시하면서 삶을 체념한다.
체념하든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는 삶에 저항을 하든 결과는 똑같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생기는 공허감을 채우려고 음식이나 술, 또는 약물에 탐닉할 수도 있고, 특정한 인간관계에 탐닉하거나 일중독에 빠질 수도 있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물 속에서 빠져나오듯 먼저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우울감 그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그렇게 상황을 받아들일 때 즐겁고 안정된 세상으로 가는 변화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매 순간을 있는 그대로 감싸 안는 훈련을 하면, 자유와 사랑이 나의 본연의 모습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나만의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삶의 흐름에 빠져 얼마나 나 자신을 평소에 무가치하다고 여기고 스스로를 무시하며 괴로워했는지 깨닫게 해준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만 현재 지금 이 순간만 내가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세상과의 창구일 뿐이다. 이 순간 속에서만 온전히 세상과 대등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는 것은 내 인생을 놓치는 것이다.
세상살이 매 순간 정신줄 놓치지 않고 똑바로 챙기고 바라보며 지금 내가 경험하는 것을 명확히 보고 연민으로 감싸 안을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아기가 수많은 연습 끝에 박수를 치고 일어서고 마침내 혼자서 한 발 한 발 자유롭게 내딛을 수 있는 것처럼.
평소 삶의 과정에서 훈련을 퉁해 마음을 챙기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민과 사랑, 즉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챙김과 자비를 실천함으로 비로소 나 자신의 즐겁고 멋진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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