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5-8] 제25분. 교화하되 교화하는 바가 없다 : 싫고 좋음의 분별 그 자체를 놓아버리는 훈련을 하자
하늘에서 내라는 비나 햇살이 중생의 근기에 따라 각자의 그릇의 크기나 모양만큼 담기듯이 부처의 베품에도 일체의 차별이나 분별이 따르지 않는다. 즉 대지가 일체 초목을 길러내듯이 부처님은 일체 중생을 자비로운 연민으로 대할 뿐 어떤 분별이나 차별심도 가지지 않는다. "내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져서도 안되지만, "내가 없다"는 고정관념 또한 갖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은 전부 똑같다는 관념도, 서로 다르다는 고정관념도 가지면 안된다. 즉 무엇이 '있다' '없다'로 나누어지는 선택의 문제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직시하지 않고, 이미 형성된 생각의 렌즈로 존재를 비추면 그 존재는 본래의 형상이 순식간에 왜곡, 변형되어 버린다. 나 자신의 관념으로 세상을 보지말고, 관념을 놓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접해야 한다.
공부를 하면서 예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그 때는 저런 마음이었구나' '그런 행위 뒤에는 이런 순수한 마음이 있었구나'를 거듭하면서 인간관계에서의 묵은 갈등들이 모두 사라지고 밝혀지고 화목과 평화가 도모되는 과정이 바로 진정한 공부의 자세요 길이다.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벌어지면 우리 마음은 항상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공부한 것마저 합리화의 근거로 삼아버리곤 한다. 금강경을 배우면서 "맞아, 내 마음만 잘 닦으면 되는 거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공부에 도움도 안되고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라는 쪽으로 합리화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똑같이 금강경을 공부하면서 "그래 맞아. 다른 사람들에게 불법을 널리 전해야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느 쪽이나 자기의 주관과 고집을 놓으려고 하지 않고,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이것을, 다른 때는 저것을 끌어들이고 있다. 끊임없이 싫고 좋음의 분별에 매달리는 마음 작용 때문에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놓은 연습을 게을리 하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경과되고 다소 공부가 좀 진전된 것같다가도 다시 상황의 벽에 자기 고집이 부딛치게 된다. 싫고 좋음의 분별 그 자체를 놓아버리는 훈련이 중요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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