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5-9] 제25분. 교화하되 교화하는 바가 없다 : 일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살아가면서 전혀 기대하지 않던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어째 이런 일이!, 내게 무슨 죄가 있다고?"라는 억울하고 답답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먼저 생긴다. 조금 지나 지금 눈앞에 일어난 일을 차분히 살펴보아도 조상 탓이거나, 전생 업보거나, 자연재해거나 간에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조상이 한 일이라면 내가 관여할 여지가 전혀 없는 일이고, 전생의 업보라 하더라도 현생의 나의 입장에서 할 바가 전혀 없고, 우연히 일어난 자연재해라면 더더욱 나와 상관이 없는 일로 내가 책임질 일이 하나도 없는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났느냐는 것에 대한 답답함과 원망감이 다시 떠오르게 된다. 흔히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벌을 받나?"라고 말은 하지만, 그 마음 속에는 내가 지은 일에 대한 책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억울함이 가득해서 나오는 신세타령이라는 말이다.
나에게 일어난 어떤 일에 대한 이런 심리적 태도는 삶에 대한 올바른 마음가짐이라 할 수 없다.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일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이 일의 어떤 것이 나와 상관이 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일까 진지하게 있는 그대로 그 일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생각해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즉 원인을 아직 잘 모를 뿐이지, 이 일은 나와 어떤 것이든 관련이 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나의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상 탓이나 전생 업보가 아니며, 우연한 자연재해는 더더욱 아니기에 나 자신의 일로 수용하는 마음가짐, 바로 여기서 불교 공부의 첫 단계가 시작된다. 원인을 잘 알건 잘 모르건 간에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연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다면 원인을 잘 모른다 하더라도 이 일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사살을 통감하고 인정하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도 억울한 감정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까닭은 내가 지은 인연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억울하고 분하다. 이렇게 자신의 인연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나의 허물은 덮어버리고 엉뚱한 다른 사람을 원망하거나 조상이나 하늘을 탓하는 것이다. 평소에도 분하고 미운 마음이 자주 일어나는 사람은 '내가 지은 바 인연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라고 마음 속으로 되뇌이며 엎으리고 또 엎드려 절하다 보면 나 자신의 인연을 더듬다 보면 분했던 마음이 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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