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울동아국제마라톤대회가 있었다. 일 년에 딱 한 번 서울 시내 도로를 마음 놓고 광화문에서 잠실까지 달릴 수 있는 멋진 기회다. 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정말 멋지고 짜릿한 경험이었다.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주자들은 다 알고 있다 자신이 42.195km를 단 1cm의 부족함도 없이 달려가야 한다는 사실과 그것을 위해 자신이 해야할 일은 달리거나 걷거나 심지어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 대회 주로에서 주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불교에서 말하는 여실지견(如實知見)이다. 여실지견은 있는 "그대로 알고, 있는 그대로 본다"는 의미다. 인생에서 생사고락이나 흥망성쇠가 당연하듯이 마라톤 대회에서도 고통과 즐거움, 살패나 성공이 있다.
고통이나 실패가 잘못이거나 부끄라운 일이 전혀 아니다. 냐약함으 증거는 더더욱 아니다. 마음 속의 실패를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완주의 실패는 단지 삶의 진실일 뿐이다. 마라톤의 정수는 실패에 대한 바로 이런 쿨한 태도다.
마라톤 대회에서는 약속된 완주의 즐거움과 만족, 그리고 내적 평화와 환희만 강조되고 실패에 대한 이런 태도는 가려지거나 종종 무시된다. 그러나 내면의 평화와 환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마라톤 주로를 가로지르는 불확실성과 공포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으면 안된다.
마라톤 대회를 달리기다가 넘어지거나 충돌하거나 통증이 생겼을 때 마라톤 완주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바로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어떤 상황을 대면했을 때 그 상황이 생긴 이유를 알면 무사히 어려운 상황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
모든 주자들은 마라톤 주로 위에서 만나는 그런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올바르게 벗어날 수 있어야 소위 말하는 '완주'에 한 걸음 다가가는 환희의 순간을 맞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해하고 보고 있다.
대회에 참가하여 달리는 주자라면 누구나 완주의 심리적 환희와 평정 상태에 도달하길 원하다. 그러기 위해 마음과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참기 힘든 감정의 고통을 넘어서려는 희망을 품고 마음의 평정함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달리는 도중에 일어나는 불안이나 조바심 같은 심리적 갈등에서 도망가는 것이지만, 그 방법은 사실 없다. 내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한 항상 마음 속 깊숙히 침투하여 존재감을 자신만만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받아들이면 피할 수 없이 닥쳐오는 불행한 경험에서도 내 삶을 파괴하기 보다 다른 관점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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