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참으로 버스를 많이 탔다. 고교 때 부산에 유학가 있을 때는 하숙하다 자취하다를 반복하며 집에 막차 타고 갔다가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언양까지 한 시간 걸어와 부산가는 첫차를 타고 그대로 등교하기도 했다.
그 시절은 청소년의 고민이나 갈등 같은 방황의 겨를같은 것은 나에게는 없었던 듯하다. 그냥 하루 하루 먹고 자고 학교 갔다 왔다 하는 것이 내 삶의 전부였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현재에 대한 불만도 없었던 시절, 오로지 현재 밖에 없었다.
그때 나를 잡아준 것이 아침 새벽의 달리기와 불교적 인내의 사고방식이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아버지 없이 어머니가 혼자 농사지어 사남매 공부시키는 어려운 환경에서 부산 친구들의 안정되어 보이는 삶을 부러워할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그 때 유행하던 학원도, 개인 교습도 한 달 이상을 해본 적이 없다. 큰 맘 먹고 어렵게 시작했지만, 요샛말로 가성비가 생각나 지속하지 못했다. 그나마 시간 날 때마다 시골집에 가 어머니를 도와드리는 일이 삶의 가치적 의미를 생각나게 하는 정도였다.
불완전한 가정의 둘째 아들로 존재감 없는 어린 시절에서 시작된 자부심 결여로 인해 매사 소극적이고 순종적인 삶 속에서 나만의 미래를 꿈꾸며 보냈던 것 같다. 소위 하는 말로 '내가 크면 절대로 이런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같은 자기 위로를 위안삼아.
1970년도 들어와 새마을 운동 등 사회 및 산업 발전에 따라 조금씩 경제가 풀리면서 서민들의 현실 생활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현실 경제가 호전되면서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과외를 하면서 내 삶도 확실하게 나아졌다.
한 손으로는 공부를, 몸으로는 내 청춘의 삶을, 다른 손으로는 불교적 수행을 지속했던 멋지고 충만했던 시절이었다. 불교적 수행이라고 해봤자 어릴적 국민학교 입학 전에 절에서 생활하며 큰 스님에게 들었던 불경 귀절을 생각하며 인문사회적 책공부였다.
그 시절에 빠졌던 사회철학자가 '사랑의 기술' 저자인 에리히 프름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대안 모색과 선불교에 기반한 기독교 신학론의 비판 같은 것은 우연히도 그 당시 우리 사회의 양상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가치보다 자리가 목표인 사회였다.
소유보다는 존재가 중요하고, 존재보다는 자아실현이 더 중요하다는 나름의 이야기는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 같은 자존감 약한 사람이 빠져들기 딱 좋은 화두였다.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는 사랑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다른 사람과 세상, 나아가 신과 함께 한다는 말은 자신의 자아를 잃어버린다는 의미이며. 그 잃어버리는 순간을 통해 자아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설명은 말 그대로 선불교의 '무(無)' 또는 '공(空)'사상과 그대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신비로운 교류인가?
오늘도 흥겹고 건강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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