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5-16] 제25분. 교화하되 교화하는 바가 없다 : 나를 먼저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나 스스로를 알아서 바꾸어 언제 어디서든지 다가오는 밖의 조건에 맞추어 나 스스로를 바꾸는 길이 있는가 하면, 나 자신은 그대로 두고 나에게 다가오는 맞는 조건을 선택하는 길이 있다. 사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좋은가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도 않고, 그렇게 한 쪽만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인생도 아니다.
상황, 즉 연(緣)의 비중이 높으면 우선 나 자신을 바꾸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반대로 나 자신을 금방 바꿀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이 있다면 일단 나 자신에게 맞는 상황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관점에서는 아무리 씨앗이 있더라도 그 씨앗이 싹으로 발아할 수 있는 밭이 없거나 혹은 밭이 있다 하더라도 심을 씨앗이 내 속에 없다면 아무러 걸림도 있을 수 없고, 부딪침도 없으며, 결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살아가면서 어떠한 경계에 처하더라도 '나'라는 씨앗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씨앗이 씨앗으로 역할하지 않아 인연이 결합하지 않아 과보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수행을 한다는 것이 바로 상(相)과 업식을 소멸해 가는 과정이고 그것이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의 타파라고 금강경에서 말씀하고 계시는 것이다. 이런 네 가지 상이 마음 속에 없어지면, 어떤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내세울 만한 것이 있을 수 없게 된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경계가 부딪쳐 온다 해도 내가 내세우는 바가 없으면 마리 허공에 칼을 휘두르는 것과 같이 부딪치는 일이 없어진다. 상대에게 아무리 씨앗이 많이 있더라도 내가 작용하는 밭이 텅비어 있으면 허공에 대고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아무런 싹도 트지 않게 된다. 상대가 아무리 칼을 휘둘러도 내가 허공처럼 비어있다면 상처를 입을래야 입을 수 없다.
내가 나를 비운다는 것은 우선 나 자신의 인을 없애기 때문에 어떤 연을 만나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말하고, 동시에 상대에게 있어서도 내가 연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 연을 텅 비워버리면 상대가 어떤 인을 가지고 있더라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되는 이치다. 좋은 인연이면 더욱더 풍부하게 만들 것이며, 악연이면 더욱 더 순화시키게 된다. 이것이 인연을 바로 알고 실천하는 원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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