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5-14] 제25분. 교화하되 교화하는 바가 없다 : 나 자신을 세밀하게 관찰하자.
살아가다 보면 어떤 인연을 짓는 순간이 '바로 이것이구나!'하고 포착되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화가 나는 순간이 관찰되는데도 불구하고 화가 즉시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자기 기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집이 사실 아무 근거도 없는 것임을 확연하게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어디선가에서 아집의 근거를 붙들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아집이 뿌리뽑은 사람이라면 정말 화가 나는 것이 관찰되는 순간 바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우리가 수행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경계에 부딪칠 때마다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의 관찰을 게을리하지 않고 예리하게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 속에서 어떤 변화와 감정들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 주도적인 삶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언제나 내 앞에서 솔직하게 깨어있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일어나는 모든 것을 밖으로 드러내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만은 나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속으로 일어나는 화를 겉으로 표현만 하지 말고 참고 있으라는 말이 아니라 '화를 내야지'하는 나의 의지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살아온 나의 삶에 뿌리를 두고 키워진 업의 결과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잘 관찰하여 '나'라는 존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상 생활을 하는 중에 이런 수행을 계속 해나가면 어느 시점에선가 매 상황에 따른 나의 반응 정도와 수준을 스스로 가늠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모르는 사람이 아프면 '안됐네!'하는 마음 뿐이지만, 친구라면 조금 더 마음이 쓰이고, 배우자라면 더욱더 마음이 쓰이지만, 만약 자식이라면 아예 가슴이 타들어갈 것이다. 대상에 따라 다른 집착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질긴 것인가 몸소 체험하며 느끼게 된다.
내가 흔히 "나는 아이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라고 이야기하긴 하지만, 자세히 나 자신의 내면을 관찰해보면 거기에 얼마나 크고 질긴 집착의 고리가 걸려 있는지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의 나의 실상을 접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자신이 집착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도의 민감함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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