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5-17 제25분. 교화하되 교화하는 바가 없다 : 인연의 원리는 참회에서 시작된다
세상살이에서 나로 인해 생기는 모든 인연들, 즉 내 속에 있는 씨앗을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수행의 요체다. 내 인연을 소멸해가는 수행이야말로 사회를 아름답게, 내 주변을 편안하게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이웃을 위하는 일이 내 고집을 버리고, 바꾸고, 정진하는 것이다. 이것을 업장소멸이라 한다. 과거에 이미 지어 형성된 것을 받아들이고, 지금 부터 안지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지은 것까지 모두 소멸해 가는 것이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진정한 참회의 마음이고 동시에 내가 옳다고 할 때의 그 '나'라는 어떤 근거도 없음을 통찰하는 것이 관법이고 선(禪)을 말하는 것이다. 나를 비우는 것이 다른 사람을 위하는 길이며, 그 둘이 둘이 아님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테니스 공을 벽을 향해 치면 반드시 튀어나오듯이 뭔가 인을 지으면 연을 따라 과보가 생기는 것이다. 공이 튀어나올까 않을까 마음 쓰지 않듯이, 과보가 있을지 없을지 생각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오직 베풀기만 하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인생의 빚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인연법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가 지어놓고 그 과보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지은 만큼 반드시 과보를 받게 마련이다"라는 사실을 깨우치기 위한 것인데,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집착이 되어 자신이 지은 복은 그대로 다 받으려는 생각으로 치우치기도 한다. 다시 받으려는 그 마음마저 놓아버릴 생각을 놓아버리면 세상은 되어지는 바 없이 되어지고, 인연을 믿는 것과 인연이 끊어지는 길 또한 같다.
인연의 법칙을 믿으라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을 현명하게 하는데 있고, 인연의 법칙이 끊어지는 도리는 현명한 사람의 수준을 다시 보살의 경지로 이끌기 위한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천상에 태어나고 싶어도 악행을 하여 지옥으로 가게 되고, 현명한 사람은 선행을 해서 천상에 태어날 수 있으며, 선행을 하여 천상에 태어날 수 있는 인연의 과보를 지어놓고도 스스로 지옥으로 가는 사람이 보살이다. 인연의 과보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다.
중생을 구제하는 일이 본래 부질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허공계가 다할 때까지 중생계가 다하는 그날까지 중생을 구제하려는 자비의 마음을 내고 원을 세우는 마음이 보살의 마음이고 실천하는 행동 원리이다. 스스로 지옥을 선택하는 보상의 입장에서는 천상이나 지옥의 어디에도 집착하는 마음 없이, 자신의 과보에도 구애됨이 없이 자유로운 것이다. 조금하면 조금한 만큼, 크게 하면 크게 한 만큼, 공덕이 생기는 것이 바로 인연의 이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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