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높은 산이 아름다운 것은 그 산이 만드는 깊은 계곡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사 만나는 희로애락이 모두 산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산이 더 높았으면 해서 더 쌓기을 기대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반대일 때도 있다.
산을 옮겨가거나 높혀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돌아 갈 것인지,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뚫고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산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몫이다. 높은 정상을 쳐다볼 것인지, 낮은 계곡을 볼 것인지의 결정도 나의 몫이다.
인생이란 것도 원래가 마음 속에서 기대하거나 겁내는 것을 투사해서 내가 세상에 덮어씌우고 거기서 벗어나려 오랜 시간 동안 이리저리 방황하며 애쓰는 일이다. 마음 속 방황에서 잠시 벗어나면 신이 나지만 그렇지 못하면 불안하고 슬프다.
작은 연봉들이 줄줄이 이어진 청계산 능선길이나 우뚝 솟은 높은 봉우리들로 이어진 설악산 능선길이 멋지지만, 그 아래 계곡에서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바라봐야 제대로된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자칫 우뚝 솟은 산정상만 보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 정상을 향해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지만, 시원한 게곡의 물과 그늘에 받도 담그고 휴식도 할 여유를 가져야 제대로된 등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능선을 이어주는 연봉들 사이에 만들어진 계곡이 중심이다.
깊고 얕은 계곡들이 연봉들의 모습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있음을 알고 이해하자. 계곡들이 짙은 그늘을 머금은 계곡들이 깊으면 깊을수록 정상은 더욱더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다. 더욱더 당당하게 하늘을 이고 힘을 자랑할 수 잇게 된다.
그런 힘차고 멋진 정상의 웅장함 아래에는 침묵하는 계곡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정상의 그늘에 파뭍여 자신의 마음을 텅비운 채 모든 기운을 자식들의 성장에 쏟어붓는 어머니 마음처럼 정상으로 보내는 계곡의 믿받침이 있다.
어머니의 모습처럼 계곡도 항상 자신을 텅 비운 채 천 년의 기나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낮고낮은 자세로 머물러 있다. 세상 어머니의 얼굴 주름처럼 계곡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낮아지고 깊이 패여 간다.
누군가의 그늘 속에서 낮음을 지향할 수 있는 것, 마음 속 감정에는 엄청난 양의 긍정보다 부정성이 들어짔으면서도 그 부정성을 마음대로 드러내 놓지 못하는 것은 삶의 괴로움임을 알기에 그것을 참아내는 것이 바로 삶의 미덕이다. 계곡도 똑같다.
일상의 삶처럼 쌓여만 가는 마음 속의 부정적 감정에 따르는 일 때문에 괴로울 때가 더 많다. 계곡의 미덕을 통해 산정상이 진정한 아름다움과 힘을 얻을 수 있듯이 사람도 감정이 쌓여 생긴 압력으로 생각이 만들어지고, 생각이 사람의 능력을 만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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