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사회나 조직, 혹은 가정이나 국가에 대해, 하고 있는 일이나 다른 선택권이 없는 대상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거나 그렇지 못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서 의사로 살아가는 데 대해 전혀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 말은 대한민국에서는 적어도 의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사회적 영혼이나 책임감을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나 자신의 특별한 개인적인 가치와 우월감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의사로서의 도량이 없어졌다.
나 자신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분명히 믿으며, 그 믿음이 옳다는 자기애적 신념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비만한 사람들이 자신의 비대한 몸을 당당히 여기라는 권고를 받는 것을 정당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 자체가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종교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유순하고 인간적 가치보다 비교적 세속 가치에 물든 사람들을 세상의 소금이라 치켜세운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자신이 다른 미개한 사람이나 민족보다 더 나은 깨친 사람이며, 무지하고 나약하며 무능한 사람들보다 더 우월하다는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말라고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정신이나 영혼을 수양하는 목적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다.
나와 똑같은 존재로서, 혹은 신의 형상을 닮은 존재로서 모든 사람이 그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할 수 없다는 주장이 생겨났다. 이런 사상이 내포하고 있는 완전한 평등은 판단력이나 시고력, 인지력이나 그 밖의 인간적 특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보상되는 것이다. 그런 평등 개념의 확대에서 아직 이 세상에 나오지 않은 태아나 인간의 형상을 아직 갖추지 못한 태아도 지구상에서 가장 고귀한 사람들과 똑같이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발생한다.
개인적인 당당한 자부심의 주장은 부정하면서 종교적 자부심은 인정하는 이상한 두 가지 상반되고 양립이 불가능한 이상의 결함이 현대 사회의 기이하면서도 핵심적 가치가 되고 있다. 자부심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무지하거나 취향이나 교양이 없는 사람들이다.
초고도 비만에 과음까지 하는 사람이 "나는 건강해!"라고 말하는 것이나 인생 전반이 누가 봐도 전혀 똑바르지 않는 사람이 "적어도 나는 현명해!"라고 말하는 것이 자부심이 센 사람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세상으로 변해버렸다.
진정한 자부심은 단순히 나 자신에 대한 감정이 아니다. 나에게 평범하지 않은 어떤 덕목이나 뛰어난 면모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믿음, 즉 진정한 인간적인 덕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탁월성 대한 자기애적인 믿음이 바로 자부심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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