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식으로든 부부가 헤어지지 않고 한 집에서 평생을 살아오다 한 쪽이 치매에 걸리거나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떴을 때 남은 쪽이 느끼는 상실 감정은 너무 힘들어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다.
마치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필사적으로 돛대에 매달려있는 사람의 절박한 심정이 그럴 것이다. 그런 절박한 심정은 상대에게 닥친 불행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곧 배우자를 잃거나 그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어려운 난관들을 마주하고 누구나 한번씩은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지만, 신기하게도 전쟁이나 지진, 약탈이나 질병을 경험하는 시기에도 똑바로 현실을 바라보고 살아간다면 현실보다 더 이상 삶이 힘들지 않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자연재해나 인재를 못 본 척하고 일상생황에 몰두해도 삶은 여전히 사느냐 죽느냐와 관련된 투쟁의 연속이다. 실제로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삶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취약하고 불안하며 고독감에서 벗어나기 힘든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일상생활과 재난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발 차이이며, 일상은 사랑하는 연인들의 결혼식처럼 가장 화려한 순간에서조차 힘겨움을 느낄 때가 대부분이다. 세상일이 항상 제대로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므로 매일 투쟁을 해야 한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항상 내 곁을 서성이며 지금은 무엇을 빼앗아갈까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런 긴장 속에 때로는 방황하며 정처없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두려워하고 불안과 무력감에 치를 떨기도 한다. 그러나 기억하자. 나는 세상보다 더 큰 바다다.
물론 내가 큰 바다가 아니란 것은 금방 들통이 날 일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나의 인생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 즉 기억하고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는 어떤 화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픔이 나를 이해하는 방식인 동시에 빠져나오는 출구다.
힘든 세상살이에서 자유로워지고 다른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내 삶에 친숙해지지 위해서는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 바다같은 큰 본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현실의 삶에서 흔들리거나 상처받지 않게 된다.
'무아'라는 개념에는 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생생하게 느끼게 되면 삶이 나를 이리저리 흔들어대거나 상처주거나 매듭을 짓지 못하게 된다. 갇힌 생각과 감정을 버리고 고통받는 자아를 포기하는 대신에 모든 것을 보듬지만 매달리지 않는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나의 현실과 만나면서 나의 정체감이라는 돛대를 잡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런 확신이 만드는 내 마음 속 거대한 바다가 나를 근심과 걱정에서 해방시켜줄 큰 힘을 불러낸다. 나의 진정한 감정을 이해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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