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가 지금 어떤 느낌의 상태에 있는지 항상 예민하게 느끼고, 아이가 뭔가 불편하게 느끼면 그것을 덜어주려고 노력한다. 고통스럽거나 놀라운 감정이 때로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조화로운 관계는 아이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나름으로 견디고 수용하고 통합하는 데 꼭 필요하다. 이 관계가 조화롭게 유지되지 못하면 아이가 자라면서 정상적인 정서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끼치게 된다.
부모와 아이의 부조화는 성장 발달상에서 충족되지 못한 갈망과 부모와의 관계가 반영된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인해서 아이는 스스로에게 혐오스러운 결점이 있거나 자신의 내면에 어떤 나쁜 것이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까지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나에게는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살았다. 그래서 나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최대한 숨기며, 그런 나 자신을 스스로 비난하기까지 했다.
이런 스스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가출을 하기도 하고, 들에서 노숙하며 하늘을 벗삼아 지내보기도 하면서 그런 감정을 무시하거나 넘어서려고 하기도 하고, 그런 부정적 감정에서 나를 보호하기도 하고 없는 듯 가장하기도 했다.
혼자 조용히 생각을 관조하고 느끼고 나의 감정을 추스러는 나름의 방식을 발견하고, 그런 부정적인 감정의 바탕에 대단히 큰 긍정적 사랑의 열정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감격하기도 했다. 세상만사가 내 마음 먹기라는 말을 나는 일찌기 터득했다.
세상살이는 누군가는 자극을 주고 그 자극을 받은 사람은 반응을 하고,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기의 흐름이 인간관계를 행복하게 하거나 슬프게도 한다는 사실이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배운 작용-반작용의 법칙과 너무나 똑같은 것임을 깨닫고 거의 울 뻔했다.
누구나 자라면서 정서적으로 외상을 받을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이 부모와 자식간의 조화로운 관계가 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다는 것은 나의 고통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고 거기서 벗어나고 싶은 유혹에 빠진 생각일 뿐이다.
부모와의 조화로운 관계 여부는 과거의 일이며, 현재의 모든 문제의 원인을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방식이다. 과거의 기억에 매달려 통찰에 가까운 해석을 부여한다고 해서 현재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더많은 결핍과 부조화의 조건들이 많았으며, 그런 상실들이 전혀 아무런 영향이 없었거나 모두가 부조화나 결핍으로 인한 고통을 겪었다고 믿기는 어렵지만, 우리 모두 그런 느낌을 공유하며 현재를 살아갈 수는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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