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끔찍한 지진사고가 일어났다. 그렇게 순박한 사람들이 생사가 걸린 극적인 순간에 내려야 하는 불확실한 결정에 얼마나 두려움을 느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으로써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할 때마다 느끼곤 했던 당혹감이다.
삶에 대한 무감각 내지 무관심증은 부산에서의 고등학교 유학시절의 배고픔과 어지러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생존방법이었다. 삶에 대해 호불호의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마치 삶의 결정권에서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가지고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요즘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시험공부에 매달리는 학생들의 초조한 모습에서도 그런 삶에 대한 무감각증을 발견하곤 한다. 내가 학생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는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대범하게 하루 6~7시간은 꼭 자야 머리가 더 좋아진다는 말이다.
현실의 삶에서 도피하는 듯한 무감각증의 요인으로는 시간 부족 등 꽉 짜인 물리적인 요인들 외에도 혹시 부족하면 어쩌나 머리를 채우고 있는 열등감도 하나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예전에 내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환상이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큰 양반집안이었는데 지금 너무 하찮은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는 무의식적인 자기 비하의 결과로 현실에 대한 도피의 수단으로 무감각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약간의 권한을 가지게 되면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애쓰게 된다.
우리 사회는 국가주도적인 극적인 경제발전의 성공 과정에서 스스로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편한 질투와 질시, 불평감 등이 그런 대표적인 감정이다.
현실에 대한 무감감증이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내적인 가치에 대한 것보다 차원이 높고 보다 정신적인 곳에 있기 때문에 사회적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이것을 흔들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무감각으로 자신의 현실로부터 도피한 사람들은 어떨까?
스스로 자신의 사회적 수준이 낮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의견 충동링 일어나면 그 결과는 가히 폭발적이고 폭력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인 삶의 불안감에 정신적인 긴장이 가중될 때 최고조에 달한다.
이런 상대적 차별에 대한 긴장이 종종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놀랄 일도 아니다. 내가 보아온 사회적 부조리들을 마음 속에서 스스로 행사하고 싶은 충동이 커지게 되고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그런 갈등의 자기만족이 반복되고 있다.
자기 감정에 빠진 사람들은 밖의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고함을 지르거나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 무감각증에 빠지기도 한다. 그것 때무에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을 보면 걷잡을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오늘도 잔인한 4월 마지막주를 즐겁고 행복하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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