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잃은 부모나 반려동물을 잃은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엄청나다.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거의 미칠 것같은 심정으로 거리를 헤매고 다니며 마음의 상처와 슬픔을 호소하며 자신의 처지를 표현하려 애쓴다.
주위 사람들도 처음에는 슬픔과 절망을 이해하고 위로하지만 도가 지치다 싶으면 멀리하기 시작한다. 주위에 사람들이 사라지면 더욱더 절망하고 초조해지며 상처는 더 깊어지고 자신의 상처를 낫게 할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게 된다.
세상이 아무리 넓더라도 슬픔과 절망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 순전히 나 자신이 만든 어떤 일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나의 통제 밖에 있으면서 질병이나 고통을 일으키는 불균형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처럼 가뭄이 심해서 죽거나 상처받는 희생자들이 스스로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이 있고, 희생자들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었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다른 불행들도 마찬가지로 무작위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세상살이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내가 초래하지 않은 재앙의 제물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의 말과 행동 때문이 아니라 운이 없는 시간에 운이 없는 장소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고통이나 절망은 나 혼자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과 절망은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나의 고통과 다른 사람의 행복이라는 상대적 관점이 아니라 오히려 삶과 죽음의 고통과 슬픔은 개인적이 아니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다.
저녁에 아파트에서 공통적으로 환하게 밝혀진 불빛들을 보노라면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되는 깨달음을 얻는다. 나도 각각의 가정의 불빛과 같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저녁의 불빛처럼 환하게 빛나다가 꺼지게 마련이다.
나 자신의 내면의 환경을 적절하고 조화롭고 넉넉하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면, 아무리 최악의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럭저럭 견뎌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고통 속에서도 무언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부모가 자식들을 아무리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노력해도 세상은 부모의 입장이 아니라 세상 자체의 논리대로 움직인다. 움직임은 끊임없이, 예측할 수 없게, 부모의 감정과 전혀 상관없이 일어난다.
이기심, 자만, 자부심, 질투, 시기심 등의 모든 마음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관찰하되, 그 속에 빠지지 않는다. 대신 지나치게 징징대는 아이를 부드럽게 야단치는 엄마처럼 지속적인 자아의 아우성을 좌절시키는 과정이 삶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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