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90을 훨씬 넘어신 어르신 한 분이 따님의 부축을 받으며 얼굴에 난 염증을 치료하러 오셨다. 자주 오시던 명랑하신 분인데, 어제는 치료 후에 조용히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다. 더 이상의 삶은 이제 가치가 없고 그만 가고 싶은데 왜 죽지 않는가?하는 요지였다.
주위에 어르신들이 많아지면서 한번씩 듣는 말씀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웃으며 죽으면 당장은 모든 어려움에서 해방되어 좋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죽은 뒤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한 마음 또한 한켠에 있지 않는가? 그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니 잘 모르고 불안한 미래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조금 불편하지만 그 불편감만 감수하면 우리가 그 속성을 잘 알고 있는 현실의 아픔을 견뎌보려 마음을 먹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러니 미래 세상으로부터 초청장이 올 때까지 조금 더 참아보자고 말씀드린다.
불교를 공부하면서 배우는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은 삶이나 죽음의 두려움이 없어진 것이다. 죽은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는데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나는 중년의 나이 때까지 죽어 화장할 때의 뜨거움이 겁나서 화장을 하지 말고 매장을 해달라고 가족들에게 부탁했다.
그러다 50살 넘어 어느 날 죽음은 인지가 없는 세상이며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므로 현재의 몸과 신체는 아무 가치가 없는 껍데기 일뿐 놔두는 것이 오히려 더 세상에 폐를 끼치는 사실을 깨닫고 화장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죽음이 두렵지 않은 척하거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일부러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이 두려워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안달하거나 욕구하지 않으며 그냥 일상의 일처럼 받아들이며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삶을 인식하는 동시에 삶의 한계 또한 인식하고 있다. 무한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거나 영원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현생에서의 삶이 유한하고 일시적임을 잘 알고 있다. 세상만사의 생명체 중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내 삶의 미래를 알고 있다.
내 생명의 유한성과 무상함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질문들에 대해 기꺼이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영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겉으로만 종교적 경전을 이야기하며 보여주는 삶을 사는 사람을 진정으로 영적인 사람들이라 할 수 없다.
내가 처한 상황의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영원히 게속될 것처럼 행동한다. 죽음을 부정한다면 부나 특권, 행복과 즐거움 등에 집착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마치 반드시 가져갈 것처럼 행동한다.
삶이 언젠가 반드시 끝난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받아들이면 부나 특권, 행복과 즐거움 등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나쁘거나 잘못된 것이라기보다 진정하고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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