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본능적으로 안정되고 정리, 정돈된 세상을 갈망한다. 그런 본능적 욕구 때문에 간단하고 헛된 해결책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경향들을 보이게 된다. 복잡한 진실을 파고드는 일은 어렵고 개인의 즐거움을 보장하지 않는 세상에사는 희망만 품고 살기는 어렵다.
분노는 확실한 생각을 동반하는 명확한 감정이다. 강하고 남성다운 중요한 감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분노는 바탕 자체가 두려움의 산물이다. 우리의 타고난 취약성 때문에 자신이 곤란해지지 않으면 절대로 분노하지 않는다.
그래서 완전하고 온전한 존재로, 고마움의 노예가 되지 않고, 분노로 오염되지 않는 존재로 신을 상상한다. 분노는 자신이나 사랑하는 상대, 혹은 물건에 대해 다른 사람이 끼친 중대한 피해에 대한 반응이라 받아들인다.
그래서 신처럼 스스로 완전하여 피해를 입을 수 없는 사람은 애초에 분노할 이유가 없다. 일부 도덕적 개혁가들은 우리에게 신같은 사람이 되라고 촉구한다. 일례로 예전 스토아학파 사람들은 통제할 수 없는 일로 훼손되는 '재물'에 초연해지라 조언한다.
그래야 두려움을, 결국 분노를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인도의 성인 간디의 관점도 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두려움을 잃으면, 우리는 사랑도 잃는 것이 문제다. 사랑과 두려움의 기본 바탕은 통제할 수 없는 누군가 혹은 어떤 대상을 향한 애착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거나 국가를 사랑하는 일보다 우리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두려움은 종종 합리적일 때도 있고, 비탄이나 슬픔은 현실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나 대상을 잃으면 슬픔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온전한 사랑은 곧 고통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두려움과 분노를 한번에 몰아내는 해결책은 없으며,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해결책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사랑을 지킨다는 것은 곧 두려움도 유지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분노를 반드시 유지할 필요는 없다. 두려움은 분노와의 사투를 훨씬 어렵게 만든다. 두려움은 분노의 전제 조건이며, 분노의 오류에 불을 붙이는 화약이다. 두려움을 느낀다면, 성급한결론보다 대상이나 과정에 대한 차분한 생각이 우선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제 문제들처럼 상황이 복잡하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때, 두려움은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보다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마녀사냥을 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생각에 앞서는 성급한 행동 선택의 결과다.
두려움은 나와 상대 사이이 상대적 지위에 대한 집착에도 불을 붙인다. 내가 상대보다 우월하다고 느낄 때 자신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세상은 무시와 모욕으로 가득해서 상대적 지위로 보호받으려는 취약한 자아는 쉽게 분노하며, 보복에 집착하게 만든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아름다운 목요일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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