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직장이든 사회적 활동이든 갑자기 역할이 줄어들면서 고립감과 고독감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기분이 우울해지고 불안하며 그로 인한 허무감까지 한꺼번에 밀려와 그런 기분을 달래고 구해줄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진다.
그럴 때는 외부에서 도움의 손길을 찾기보다 내면에서 시간에 관계 없이 명상 같은 내적 성찰의 기회를 가지는 것이 예상 외의 도움을 주기도 하고, 내 안에서 속삭이듯 들리는 현명한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지게 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해서 내 삶에 무슨 엄청난 큰 의식의 변화나 깨달음을 경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정신 없이 휘몰아치던 혼란스러운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잠시 잠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런 짧지만 놀라운 해방감을 경험하게 되고, 불안정한 생각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더 이상 그런 혼란 속에 매몰되어 나 스스로를 괴롭히지는 않게 된다. 오히려 잠깐 길에서 가장자리로 물러서 내 마음의 흐름을 지켜볼 수 있게 될 뿐이다.
그런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들, 즉 내가 생각을 하는 것이지, 내가 곧 생각과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생각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무비판적으로 나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이 문제다.
수행하지 않는 정신 아래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의 생각과 정체성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라고 여기는 것이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만 보자는 말이 아니라 매사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고 생각하려는 노력이 바로 일시적 눈속임에 머무르는 것이다.
아예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 이상 더 좋은 일은 없겠지만, 그런 일을 일어나지도 않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뇌는 애초에 부정적으로, 즉 무언가를 없애는 방향으로 생각할 수 없다.
다만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더라도, 수행을 통해 그런 생각들을 내려놓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 그런 습관을 몸에 익힌다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 말할 수 없을 만큼 유익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내려놓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 생겨난 어떤 일에 대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이다. 생각이 일어나게 부추기는 유일한 요소가 바로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심이기 때문이다.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펴는 것이나 비슷하다.
이런 동작은 어떻게 내가 생각이든 물건이든 내려놓고 잠깐이라도 힘주고 붙들고 있던 무언가를 내려놓는 간단한 행동으로 상상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나를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던 고민 대신 호흡처럼 덜 복잡한 신체 활동으로 관심을 돌리는 식이다.
고민거리 속에 파묻혀 헤매기보다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강가나 도심 길이라도 달리는 식이다. 아니면 그 자리에 앉아서도 호흡처럼 덜 복잡한 신체 활동으로 현재의 관심을 의식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런 간단한 관심 동작의 의식적 변화만으로 마음 속 내면의 혼란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찾는 동시에 우울감이나 불안감 같은 기분의 치유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내 전신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 외면과 내면에 쌓인 괴로움의 흔적들을 모두 씻어나간다고 생각하고 그런 호흡과 달리기 동작에 집중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10월 그믐날 이브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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