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27-4]제27분. 끊어짐도 없고 사라짐도 없다: 머리털에는 도가 없다.
'32상 80종호가 온전히 잘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여래를 본다'는 생각을 짓지 마라는 말의 의미는 '상호가 잘 갖춰진 것으로 여래를 볼 수 없다'면 그럼 반대로 '이런 특징이 없는 것이 여래일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머리를 빡빡 밀고 덕지덕지 기운 승복을 입고 있다고 해서 스님이 아니다고 하면, 머리를 산발하고 깨끗하고 잘 다려 빳빳한 승복을 입은 사람이 스님이구나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런 외형적인 특징으로 부처님을 상상하거나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부처님만의 특징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정형화된 외적인 특징의 유무만으로는 부처님을 볼 수가 없다는 의미다. 특징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특징으로는 여래를 볼 수가 없다. 그럼 그런 특징이 없는 것이 부처냐? 하는 질문이다. 물론 아니다.
우리의 익숙한 사고방식은 무엇이 ‘있지 않다.’고 하면 ‘없다’하고 생각한다. 이게 단멸이다. 불교는 단멸론이 아니다. 부처가 되려는 사람이 술을 많이 먹는다. ‘술 먹으면 안안되니까 술 먹지 마라’ 하면 술 안 먹는 것으로 부처가 된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괜찮다거나 된다, 혹은 안 된다는 두 가지 생각에 늘 빠진다. 그래서 또 없는 것으로 무기를 삼으면 안된다.
머리를 깎았다고 도를 얻는 것이 아니다. 도는 머리털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다가 '아 그렇구나. 머리 안깍아도 얼마든지 도를 얻을 수가 있는구나'란 생각에 꽃혀 '너 머리깍아라' 하면, '아이고 머리털에 무슨 도가 있습니까? 머리 안깍아도 얼마든지 도를 얻는데요.'로 엉뚱한 길로 가게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다시 머리털에 도가 있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확연히 깨친 사람은 깍을 인연이 되면 깎고 인연이 안되면 안깍는다. 깍고 안깍고가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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