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던 친구와 헤어질 때 "다음에 또 봐!"라고 말하거나 집에 왔던 외손자가 자기 집으로 가면서 "안녕히 계세요. 잘 다녀 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이런 일상적인 말은 명상처럼 정말로 다음에 확실히 볼 수 있을지 의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밤에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은 내일 아침까지 내가 그 자리에 건강하게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절대적 믿음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냉엄한 현실이 이런 믿음에 도전을 하고, 그런 도전을 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의 취약성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의 본질이 그렇다. 무상하고 혼란스럽고 부차별적이다. 내일도 건강하게 잘 있을 것이라는 절대적 믿음이 일종의 낙관주의의 기반이고, 나는 이런 기반 위에서 매일 살아가고 있다.
나는 현실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밤새 안녕'이라고 잠 자고 났더니 내가 그렇게 한 점 의심 없이 믿었던 절대적 안정이 깨어져 있음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상처를 입게 된다. 이것이 삶의 고통의 본질이다.
순진한 믿음을 상실한다는 것은 그 일이 오직 나에게만 일어났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느낌이다. 이 느낌은 나와 다른 사람이 공감할 만한 경험들 사이에 거리를 만들고, 이전에는 가능했던 소통관계를 상실하는 것이 상처가 된다.
상처를 입은 사람의 세상은 근본적으로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 같은 기준에서 비교할 수 없다. 요즘처럼 건강하던 사람이 메르스에 감염되었다고 갑자기 격리되거나 사고 때문에 가족을 잃은 지인들에게서 수없이 볼 수 있다.
갑자기 어제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전혀 다른 세상에 떨어져 고립감을 느낀다. 세상은 안전하고 부모는 죽지 않는다는 절대적 믿음이 상처를 받게 되면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인해 고독감, 더러움, 무가치함 같은 지속적이고 파괴적인 악의적 확신에 빠지게 된다.
비로소 내 중심적이 아닌 세상의 비인간적이고 제멋대로이며 불확실한 본질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존재의 밑바닥에 있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흔들리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에 부치고 통제 불가능한 바람인지 알게 된다.
어릴 때는 아이에게 어머니는 완벽하고 전능한 환상을 주지만, 자라면서 부드럽게 환상이 깨어지면서 성장을 도와준다. 하지만 세상이 주는 삶의 상처는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워 마음이 어디론가 훅 하고 바람 빠지듯 사라져버리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의 삶의 확신이 이제 더 이상 나를 안심시키지 못하고 새롭게 드러난 현실의 압박에 그대로 노출되어 압박당하고 있는 기분으로 다가온다. 오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로 보고 인정하고 받아들여 수용할 때 균형감을 가지고 현실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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