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본 홋카이도 치토세시의 100년 이상된 인공조림산지에서 있은 제35회 치토세마라톤대회에 소아암환우돕기서울시민마라톤대회 조직위원 몇 분들과 함께 갔다왔다.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 말들이 많지만, 정말 비슷함을 많이 느낀다. 달려보지 않으면 그 맛을 모른다는 것부터..
선(禪)을 공부하던 제자가 스승에게 죽은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물었는데, 스승의 대답이 "나는 모른다"였다고 한다. 놀란 제자가 훌륭한 선사께서 모르신다니요라고 재차 물었다. "그래, 나는 선사지만 망자가 아니란 말이다."라고 스승이 답했다.
마라톤도 이처럼 단순하고 직접적이다. 내가 죽은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죽은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여전히 중요하다.그 해답을 안다면 죽음 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을 것이니까 말이다.
마라톤의 가장 큰 선물은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열심히 달려가다 보면 분명이 결승선이 나온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살아가면서 죽음이 두렵지 않은 척하거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회피해 버릴 수는 있을 것이다.
죽음이 두려워서 거부한다면 나의 의식은 왜곡되고 인정하려 들지는 않겠지만 긴장과 불안이 생겨나게 된다. 마라톤도 똑같이 힘들 것이라 시도하지 않거나 피해버린다면 달리기에 대한 두려움만 남게 될 뿐이다. 인생살이처럼 그냥 달려가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인간만이 자신의 삶에 대해 인식할 수 있다. 무한성에 대해 숙고하고 영원을 꿈꾸기도 하지만, 누구나 나 자신의 삶이 유한하고 일시적임을 알고 있다.
생각함으로써 나 혹은 나의 자아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생각이 바로 나 또는 나의 자아의 존재를 의미하고, 생각이 없을 때 생각이 없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면 인식되는 존재가 전체적인 나 혹은 무아, 즉 진정한 나 자신임 또한 알 수 있다.
따라서 생각하는 내가 존재하면 생각이 없는 무아는 존재하지 않고, 내가 없는 무아가 존재하면 나라고 부르는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유한성과 무한성으로 생겨나는 질문에 대해 기꺼이 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마라톤을 달리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존재와 무존재, 성공과 실패 등 인간세상의 모든 단어와 단어 사이의 틈처럼 생각과 생각 사이에도 틈이 있어서 엄밀히 자아는 불연속적이지만 그 틈이 너무 작아서 인식되지 않아 연속적으로 보일 뿐임을 알고 있다.
'러닝 하이'처럼 내가 달리고 있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없어지는 상태인 기절이나 잠, 삼매 상태에서는 그냥 무아로 존재하지만, 자각이 없으면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나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느끼고 생각하지만, 이 또한 유한하고 일시적임을 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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