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 과정 자체가 고통의 씨앗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받는 심한 감정의 고통과 거리를 두고 거기서 초연해지기 위해 종교를 가지고 수행을 한다. 명상도 그런 하나의 방법에서 나왔다. 일상의 번잡과 혼란에서 나를 멀리 떼어놓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나의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고통을 떠올리거나 마주하는 것을 꺼리는 나머지, 회피하고 묻어버린 상실감을 파헤치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힘든 감정을 정복한 사람들은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사람으로 보지 않기도 한다.
부처님조차도 처음에는 육체의 욕망으로 우리는 편안한 만족을 누릴 수 없다던 당시의 철학적 사조에 동조하여 세상의 모든 것에서 자신을 분리해야 해탈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이런 관점을 버린 것이 깨달음의 근본이다.
살아가면서 충격을 받은 일부 자아는 전체 자아의 생존을 위한 희생양이 되어 영원히 멈춰진 상태로 일정한 심리공간에 보내져 나오지 못하도록 봉쇄되고 분리, 차단된다. 그 자아가 받은 견딜 수 없는 상처가 바로 자신의 처리 범위를 넘어서 있다.
나의 자아는 잘 기능하기 위해 스스로 상처입은 부분은 잘라냄으로써 과거의 사고가 주는 고통과 불안을 분리시켜 발현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나를 보호하고 방어하게 된다. 이렇게 잘려나간 자아의 부분이 의식에 떠오르지 않게 막는데 막대한 에너지가 든다.
상처받은 자아를 잘라내어 봉쇄하고 발현을 억제하는 것이 최종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설사 연속적으로 외상을 받았더라도 총체적인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절망을 스스로 보살피고 배려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보살피고 배려한다는 말은 흘러가는 물처럼 나의 내면에 접속하여 상처받은 자아와 대화하면서 상처를 회복시켜 흘려보내는 것이다. 절망이나 고통의 속성도 한 모습으로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고통이 아무리 심하다 해도 자연법칙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처해진 환경에 따라 물의 흐름이 달라지듯이 나도 지금 처해진 상황에 따라 그렇게 바뀔 수 밖에 없은 것이 인생살이이다. 인연에 따른 그런 변화하는 삶의 모습은 시작도 없던 나라는 존재의 육도 순환내내 계속되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고 인생의 핵심 요소인 상실을 진지히고 심각하게 받으들이지 못하고 그런 자신에게서 도망가려고 애쓰는 것이 우리의 대부분의 현실이다. 이 모두가 상처받은 자아를 마음 속에 꽁꽁 묻어두고 의식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노력이다.
견딜 수 없는 감정이 밀봉되어 나머지 건강한 자아와 분리되고, 상처 받은 나는 감정적 어려움을 이겨나가야 한다는 마음에 상처에서 등을 돌리고 눈앞에 보이지 않도록 힘든 감정을 다른 곳에 밀어 넣어 버린다. 이것을 지키기 위해 나의 정체성도 날려 버린다. 여기서 삶의 고통이 시작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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