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항상 바쁘다. 아침은 아침대로 하루의 원인이 되므로 마음이 급하고, 저녁은 저녁대로 하루의 결과가 되기 때문에 긴장하게 된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일교차처럼 번갈아 나타나며 대비되는 번잡한 생활 속에 숨돌릴 틈 없이 무수한 일들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번잡한 일상만큼이나 자연스럽게 긴장감과 초조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여유를 잃은 마음 속에서도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그래서 시인들은 인생을 여행으로 비유하고 기차나 지하철 역이나 버스 승강장은 방황하고 허둥대는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소다.
기차와 비행기, 그리고 배와 자동차는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가 다시 데려오는 바쁜 일상 속에 나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루하루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길 위의 여정을 의미하고 있다.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이런 저런 일들에 내몰려 내가 온 곳과 가는 곳이 무관하게 보이는 것처럼 그냥 지금하고 있는 일의 원인과 결과의 일부가 되어 있다. 그러다 간혹 휴가처럼 안정을 찾으면 일과 긴장감을 저만치 떼어두고 삶의 여백을 찾게 된다.
평소 신경 쓰지 못하던 곳에 시선이 머물면 나뭇잎의 한들거림이나 매미의 노래 소리에 문득 멋진 문학적 혹은 철학적 우아한 정취를 느끼게 된다. 공항이나 항구, 혹은 터미널에서는 누구도 가는 길을 재촉하지 않는다.
시간이 되면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주차된 비행기나 배, 혹은 기차나 버스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 그런 과정에서 평소에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한 시간의 정취를 느끼게 된다. 일과 관련된 일상의 순환고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시간의 사슬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어머니의 배 속에서 분리되어 이 세상에 태어나던 순간처럼 일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순간 비로소 그 동안 잊고 있던 나만의 독립적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순간은 어떤 일의 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내 인생의 영원함을 경험하는 귀중한 시간이다.
사람은 없고 텅빈 의자만 뎅그라니 놓여있는 버스 정류장의 사진은 누구도 아무 말을 하지 않지만 깊은 인생의 철학적 의미를 암시해주고 있다. 그래서 시인이나 화가들이 작품의 소재로 자주 삼고 있다.
바람이 부니까 머리칼이 흩날리듯이 바람과 머리칼이 각각 하나의 이유가 된다. 바람이 분 것인지 머리칼이 흩날린 것인지 한 쪽으로 치우쳐 이기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면 사물의 연관관계를 융통성 있게 살필 수 없게 된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텅 비어 있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마음의 본성을 잃게 되면, 세상의 시시비비와 흑백 논쟁에 휘말리게 된다. 그런 유혹들이 끊임없이 삶의 길에 도사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태연하게 걸어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마음에서 온전히 흔들림을 없애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저기 유혹에 따라 마음을 기웃거리게 해서는 평생을 혼란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는 잠시도 인생이 평안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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