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작은 더위인 소서(小暑)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면서 장마전선이라는 불연속기압골이 한반도 중부에 오래 머물게 되어 습도가 놓아지고 비가 자주 내리게 되는 장마철의 시작이기도 하다.
비가 오면 모든 초목이 생기를 머금게 된다. 빗물이 초목을 생기있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초목이 스스로 생기를 내는 것일까? 바람이 불면 머리카락이 날리는 것은 바람이 날리는 걸까? 아니면 머리카락 스스로 날리는 걸까?
"육조단경"이라는 참선에 관한 어록을 남긴 혜능 스님께서는 빗물이나 초목도 아니며, 바람이나 머리카락도 아니며, 어떤 것이 다른 것에 대해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느끼는 각자의 마음이 일으킨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는 유명한 말씀을 하셨다.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세상 모든 움직임이 눈을 포함한 모든 감각에 잡히지 않게 된다. 그런 반응을 바라보고 느끼는 내 마음이 있어야 느낌이 의미를 가지게 된다. 마음이 생기면 모든 현상이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면 모든 현상이 사라진다.
우리의 사랑도 그렇다. "사랑은 믿는 것"이라거나 "사랑은 기다리는 것" 등의 판단을 내리는 것은 나 자신의 입장과 지식과 경험, 그리고 가치의 척도가 함께 작용하여 내리는 마음의 결론이다. 마음이 온전히 사랑으로 가득차 있으면 태풍도 전혀 두렵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원망으로 가득차 있으면 세상 도처에 적의만 보이고, 귀에는 음모가 가득찬 소리들만 들릴 것이다. 멋들어지고 탐스럽고 생기 넘치는 봄꽃도, 눈을 시원하고 마음을 상쾌하게 만드는 녹음도, 세상을 즐겁고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가을 단풍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 그 시간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껴지지만 생각을 바꾸어 관용을 베풀고 용서하고 동정하면 자비로운 마음이 생기고, 미움이 사지지게 된다.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더 이상 싫은 사람도 그런 현상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마음 속 욕망을 인식하고 통제하지 못하면 마음 속 욕망의 감정들이 차올라 마음을 흔들고 덩달아 세상을 보는 눈을 변하게 만든다. 나 자신만의 입장에서 편협하고 고집스러운 관점에서 끊임없이 마음 속 욕망을 실천에 옮길 대상을 찾는 것이다.
끊임없이 시시비비를 만들고 따지게 되면서 복과 화를 되풀이하게 되고 마음 속 걱정이 갈수록 깊어지고, 그만큼 더 화가 많아진다. 이런 허망하고 터무니 없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만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수행이 지향하는 깨달음이다.
세상살이에서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것을 인연의 변화로만 보면 마음 속에 큰 자유가 생긴다. 그런 가운데 밝은 심리상태를 유지하여 마음이 외부 상황 변화에 좌지우지 않게 되고 근본적으로 삶은 잃은 물건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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