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8-7]제28분. 받지도 않고 탐내지도 않는다: 나는 나요, 당신은 당신이다.
어린 시절 배고프다 칭얼대면 젖 먹여주고, 밥 차려주고, 아프면 자기 몸 생각하지 않고 보살피고 돌봐주던 부모와의 인연이 자식으로 하여금 부지불식 간에 언제나 더 많이 주기를 바라고 기대하는 관점을 만들었다. 그 결과 아무리 많이 받아도 언제나 충족되지 못하는 마음이 부모를 향한 자식들의 일반적인 기대심이다.
대학까지 개고생하며 공부시켜 줘도 당장 자기에게 필요한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부모를 원망하고, 결혼할 때 혼수 부족하다고 투덜대고, 다른 부모처럼 사회적으로 출세할 수 있도록 팍팍 밀어주지 않는다고 인상을 쓰기도 한다. 내 지인 중에 부모의 영정 사진을 앞에 두고 재산 분쟁으로 자식들 간에 다투며 장례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있다.
오랜 세월 뼈 빠지게 고생해서 일해서 번돈도 노후에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자식들이 왜 자신들에게 빨리 넘겨주지 않았는지 불평을 하는 것이다. 자식들은 저마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판단하고 선택하려고 하고, 자신이 번 돈은 자신을 위해 쓰려고 하면서 부모들에게는 애써 모은 돈 마저도 자식들인 자신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누구나 자기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만큼 누구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인생이 개입에서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나의 인생이 참견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인생에도 참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맞는 이치다. 부인에 어떤 것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남편이 대답을 하지 않거나 찬성하지 않았다고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가 이와 같다.
왜 나는 이 말을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상대는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반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못하는가? 상대의 반응에 화를 내고 불평하는 것은 상대를 내 맘대로 하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나의 권리는 찾으려 하면서 상대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이렇게 당신을 위해 헌신해 왔는데, 왜 몰라주느냐는 엄포요 원망이다. 나는 나요, 상대는 상대일 뿐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성철 스님의 법어와 일맥 상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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