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9-5]제29분. 행동거지가 고요하다 : 돈만 잃지 사람까지 잃지 마라
친구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받을 생각 없이 주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쉽게 하는 '믿고 맡긴다'는 말에는 대체로 나 자신의 자기본위적인 전제들이 깔려 있다. 친구가 돈을 갚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각오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의미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과 사회생활에 맞게 처신한다는 말은 별개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막상 문제가 터지면 나 자신의 기대와는 전혀 뜻밖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는 상대대로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는가 말이다. 아무리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믿는 것과 사회 규칙을 지키는 것은 언제든 문제가 생기고 나면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임이 명확해진다. 서로가 규칙을 지키되, 깊은 믿음을 변함없이 유지하는 일, 이것을 지혜로운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처럼 생각이나 언행에 아무런 걸림이 없는 상태라면 가장 좋겠지만, 나의 처지에서는 한편으로 마음을 닦으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 발생할 지도 모르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조치, 즉 사회규칙을 따르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단지 의심만 하면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마음의 공부가 발전할수록 설령 돈을 사기를 당했더라도 마음은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데, 보통은 돈에다 마음까지 다치고, 가까운 사이마저 잃어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결국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며 절망하고 불신하고 세상을 거부하는 마음이 강해지게 된다. 스스로의 작은 잘못을 침소봉대하는 것과 닮은 꼴이다.
한번 믿은 사람이라면 설령 사기로 판명이 났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럴 수 밖에 없었을 어떤 말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라며 마음을 안정시켜야 친구도 잃지 않게 된다. 돈 잃은 것만으로 끝낼 줄 안다면 그만큼 현명한 일이 어디 있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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