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9-3]제29분. 행동거지가 고요하다 : 장애가 오면 오는 대로 견뎌내자
어떤 나라에서 부처님께 서운함을 가지고 있던 황후의 방해로 인해 교화와 설법, 걸식과 탁발까지 냉대와 지장을 받아 어려움에 처하자 제자들이 부처님께 환대해 줄 이웃 나라로 가기를 청했지만, "만약에 거기서도 시간이 흘러 우리를 냉대하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거듭 반복하셨다.
장애가 온다고 그것을 피해가면 결국은 오도 가도 못하게 될 수 있다. 모름지기 수행자는 다른 사람의 환대와 냉대에 관계 없이 자신을 닦아가는 것이기에 거리로 나가 탁발을 할 때도 빈부를 가지지 말고 차례로 일곱 집을 돌라는 취지에서 '차제걸'이 등장하기도 했다. 처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는 가에 관계없이 마음이 여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평생을 남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인생을 살다 후회하게 되는 것이 인생의 덧없음이다. 사람 마음은 순식간에 변하고 또 변한다. 그러니 부부가 살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상대의 마음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면, 괴로움과 고통이 끝이 날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세상 또한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은 적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의 도둑이 내일의 성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세상이고, 인생이고, 또한 인간이다. 앉거나 서거나, 많거나 적거나, 벌거나 잃거나 관계 없이 다만 처해있는 인연에 순수하게 따를 뿐이다. 목적하는 바가 있는데, 그것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일종의 위기 의식이 느끼게 되고, 점점더 조급해진다.
목적이 뚜렷할수록, 집착이 강할수록 조급함의 정도와 미움의 골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나'라는 일체의 고집할 바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 모든 시비분별이 끊어져 인연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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