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내일 오후부터 일요일을 포함하여 3박4일 간 여름 휴가를 간다. 딱히 휴가라고 해서 어디 여행을 가는가 하는 것보다 친가, 처가, 부모님 산소 등이 있는 시골을 한 바퀴 돌며 어른들과 형제들을 한번씩 보고 부모님 산소도 들렀다 오는 연례행사다.
나에게 여름 휴가는 일상생황에 방해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 밖에 없기는 하지만 나의 어릴 적 꿈이 자라던 곳을 걸으며 중립적인 관점에서 나의 내면의 삶을 돌아보며 비판적 질문을 던져보고 답을 찾는 시간여행이다.
수동적이면서도 능동적인 질문과 설명을 통해 그 동안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하거나 무엇을 있는 그대로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체계를 세우고 안정을 추구하려는 자아의 요구에 더 이상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게 된다.
일상에서 해방된 중립적 공간에서 세상이나 나 자신을 대할 때 간편하게 쓰곤 했던 복면가왕과 같은 나만 아는 가면을 더 이상 쓸 필요가 없게 되면, 나의 인격에 심어졌던 오랜 습관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해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좋은 기회다.
휴가란 것이 항상 그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 출발 때의 희망과 두려움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은 정말고 즐겁지만, 지루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며, 어떤 때는 이 세 가지 감정이 함께 뒤섞여 나타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휴가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만큼 휴가는 누구에게나 편안하거나 흥미로운 경험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 호기심이 생기는 시간이라 하고 싶다.
일상 생활에서 비온 아침에 아스팔트 바닥에 뿌리를 내린 들풀의 연약한 푸른 잎위에 앉은 영롱한 빛을 발하는 아침 이슬처럼 신선한 충격을 주는 단어가 '호기심'이다. 삶의 긴장과 이완의 리듬에만 너무 몰두하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휴가 중에 경험하기를 원하는 진정한 휴식을 은연 중 진지하게 바라는지도 모른다. 휴가의 과정이 단순한 일상의 긴장에서의 이완이나 초월이 아니라 전투 이상의 전투임을 알고 속은 기분으로 맥이 빠질 수도 있다.
일상에서 벗어난 모든 휴가는 극락 세상에서 보내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나 산속의 신선들처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있을 수도 있어서다. 그런데 어제 밤처럼 꿈 속에서 무언가에 쫓기다 "도와주세요, 제발"하며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일상의 긴장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져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 모든 일이 뜻대로 잘 이루어지리라 기대할 수 있지만, 거기 분명히 있다고 확신했던 것을 거기서 찾지 못하는 것이 인생살이의 멋진 매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웃으며 돌아오는 것이 휴가인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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