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지인의 상가에 조문을 갔다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담소하다 왔다. 사람의 마음 속에 부처가 있다는 말은 부처는 바로 마음을 스스로 깨닫는데 있다는 의미다. 삶의 진리는 늘 나보다 높은 곳에 존재한다.
온갖 노력을 다하고 나를 끊임없이 닦아야 진리에 가까워지고 비로소 진리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마음 속에 있는 부처의 진리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수많은 일반 대중들이다. 진리를 밖에서 찾으려 아무리 노력하고 고행을 해도 찾을 수 없는 이유다.
가부좌를 틀고 좌선을 한다고 해서 진리가 불쑥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부처의 마음은 세상의 불성이나 내 마음의 불성이나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부처의 마음을 찾는다는 것은 자아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의 의식은 이미 상호 대립되고 상대적인 방식으로 만물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 있다. 나와 너, 선과 악, 흑과 백, 읋고 그름의 대립 등 생각으로 실제의 사물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거나 오해하는데 익숙하다.
욕망을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행복을 느끼려는 습관도 여전하다. 이런 여러 이유들 때문에 진실된 나의 진면목은 대단히 깊은 어둠 속에 갇혀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이 모든 나를 구속하고 있는 겉모습들을 걷어내야 비로소 내 마음을 볼 수 있다.
영생의 묘약을 찾아 온 세상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녀도 그런 약초는 찾을 수 없듯이 생명의 잠재력과 지혜가 충분히 실현된 상태가 바로 깨달음 그 자체이며, 생명의 흐름에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히 순응하며 차분히 충만한 기쁨을 즐기는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깨달음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기억을 떠올리지 못해 몹시 초조해 하다가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기억에 대한 기쁨은 대단하다. 가을이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코 끝을 스치는 가을 바람에 있는 것이나 같다.
가을 바람이 없었으면 가을 단풍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가을 바람이 불어오니 비로소 세상 곳곳에 가을이 온 것이다. 울긋불긋 만발한 단풍이 모두 가을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가을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깨달음은 헤매지 않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막힘이나 어둠이 없고 맑고 밝으며 생동감 넘치는 왕성한 삶의 모습이다. 깨달음과 자아 사이에는 어떤 긴장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일생을 거친 실천적 삶의 경험 속에 부처의 마음이 있다.
내면의 추구만으로 부처가 될 수는 없다. 깨달음은 나와 세상에 대한 인식이 동시에 완성된 것이므로, 세상을 아는 과정이 없이 쉽게 말해 좌절과 상실 같은 괴로움이나 고통의 경험이 없이는 나 자신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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