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9-7]제29분. 행동거지가 고요하다 : 정한 법이 없이 고요한 상태에서 갖가지 법이 나온다
살아가면서 어떤 일에 흔히 '그 일을 한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할 때가 있다. 그 일을 한 사람의 마음 속 욕심이나 집착의 흔적이 냄새처럼 베여 있다가 풍겨난다는 의미다. 즉 마음이 그 냄새나는 것을 좋아하여 쫓아갔다는 말이다. 그 마음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에 속고 유혹당해 쫓아가면 안된다는 의미다.
중생의 마음에 끄달려가지 말고, 그 때는 과감하게 부처님의 마음을 한번 차용해보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거나,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우유부단하며 무기력한 모습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보다 더 열렬하게 더 확실하게 행동하면서도 이런 행동의 동기나 결과에도 결코 집착하거나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다.
나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삶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일에 따라 움직이는 삶이 되어야 한다. 나의 내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분별과 괴로움, 혹은 고통 때문에 이를 다스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가 있으면 근원을 찾아 해결하는 자세가 되어야지, 혼자 울고 술먹고 헤맨다고 해결될 수는 없는 것이다. 육신과 정신의 에너지만 과도하게 낭비될 뿐이다.
부처님은 원래는 시체를 싸서 버리던 분소의를 그냥 입었지만 의사 지바카가 "그렇게 하면 병에 걸립니다. 빨아서 햇볕에 말려서 입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충고를 했다. 그래서 옳은 말이니 더러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빨래를 하는 것이다. 싫어서 빨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입을 수도 있지만, 그게 더 낫다면 좋은 생각이므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여기 땅에 선을 하나 그어 두면, 그걸 넘어서면 '갔다.' 다시 넘어오면 '왔다’ 할 수 있지만, 분별의 경계선을 거두면 간다하더라도 가는 바가 없고, 온다 하더라도 왔다고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일체의 분별이 끊어졌다는 뜻이다. 여래는 분별하는 마음이 없어, 일체 행에 분별하고 집착함이 없이 행을 하신다. 부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우리 식으로 해석하여 이러니저러니 분별하면 여래의 설하신 바 뜻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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