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무겁다'는 말은 어떤 복잡한 문제로 인해 머리 속에 구름이 꽉 찬 듯 답답하다는 의미다. 그렇게 가득찬 구름을 헤치고 떠오르는 해처럼 어떤 해결책이 떠오를 때가 있다. 감았던 눈을 뜨면 문득 눈 속으로 들어오는 빛처럼 머리 속이 환해진다.
스님들의 말씀을 들으면, 문득 갑자기 깨닫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그런 말에서 깨달음이 아마도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돌발적인 현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깨달음을 위해 힘든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수행은 근본이 되는 힘이 약하고 지혜가 변변하지 못하면 능히 해낼 수 없다고 한다. 있는 힘을 다해 세속적인 지식이나 욕망에 집착하려는 어리석음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고집을 버리고 물아일치의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암담한 상황에서 궁지에 몰려 몸부림칠 수도 있고, 죽다 살아날 수도 있다. 그런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문득 전혀 새로운 삶의 경지로 새롭게 들어설 수 있게 된다. 그런 깨달음의 경지는 순간만 있고 과정이 무시된다.
내가 가진 것을 다 주고도 혹시 모자라지 않나 걱정하는 마음을 사랑이라 하듯이, 이 세상의 모든 탐욕이나 분쟁을 내려놓고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말고 계산도 하지 말고 해석도 하지 말고 조금의 미련도 갖지 않는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의 순간을 의미한다.
그런 진정한 마음으로 가슴과 머리가 꽉 찰 때 단박에 머리가 환해지는 어떤 지극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은 사랑도 변하고 생사가 순환하고 끝없는 어둠 속에서도 누군가는 어디선가 새로운 희암의 씨앗을 심고 있을 거라는 말이다.
이런 인연도 죽음이 사랑하는 연인을 갈라놓듯 언젠가 뿔뿔히 흩어지게 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고, 이를 불교에서는 소멸 혹은 외로움이라 말한다.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붙잡을 수 없는 것을 속박의 형식으로 얽어맨들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야당 당수였을 때 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의 의미도 인연이 다한 권력에 마음을 묶어두면 새벽의 어둠처럼 무기력하게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으니 솔선하여 바람처럼 흩어지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경고의 말이었다.
인연이 다했는데도 시원시원하게 내버려두지 못하면 모든 것들은 더욱더 엉망으로 변하고 만다. 사랑도 끝이 있고 미움도 끝이 있기 마련이다. 고집스럼게 사랑과 미움에만 매달리지 않으면 삶의 기운이 넘칠 것이다. 깨달음은 생명에 대한 철저한 이해다.
사랑할 수 없거나 미워하는 상황이 지나면 더 이상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미움 또한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인생살이에 남녀 간의 정은 가장 강렬한 인간적 욕망으로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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