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30-1]제30분. 둘이 하나되는 이치: '많다=없다'란 의미가 같은 말이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같은 것'과 '다른 것'에 대한 이야기다. 같은 것을 하나로 보고 '일(一)'이라 하면, 다른 것은 다를 이(異)라는 뜻에서 '이'를 사용하여 '일합이상분'이란 글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존재하는 것은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다'라는 뜻이 된다. 철학에서의 주체와 객체가 감각적인 경험의 범위 안에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같을 수도 없고 다를 수도 없다는 의미다.
벽돌 한 개를 깨어 무수한 모래를 만들고, 셀 수 없이 수많은 모래를 모아 벽돌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을 '세계'라 말한다면, 부수고 또 부수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적은 알갱이를 '미진' 즉 먼지라 말한다. 서울 남산은 서울의 중심에 있는 큰 산이다. 덩치로만 말할 때 우리는 높다거나 크다거나 넓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실은 크지도 않고, 넓지도 않고, 높지도 않다는 말이다. 모두 한 낱 허망한 먼지들의 모임이고 그 실체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덩치가 큰 어떤 것을 '산' 이라고 말하지만 산의 주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산만큼 많은 먼지가 쌓여있어도 실제로는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진실을 보는 것이고 부처님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세계가 아무리 작게 쪼개져도 먼지 이하는 될 수 없고, 또 먼지가 아무리 많이 쌓여도 세계를 뛰어넘을 수 는 없다. 그러나 삼천대천 세계라 부를 만큼 무수히 많은 세계가 있으며, 먼지보다 더 적은 세계 또한 있다. 하나의 먼지 속에 시방세계가 다 들어있다는 말이 바로 이 말씀이다. 세계 역시 허공계로 무한히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육안으로 감별하고 상상할 수 있는 정도는 엄밀하게 말한다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즉 많다는 말은 없다는 말과 같은 말이라는 것이다. 많다=없다. 없기 때문에 그것을 많다고 할 수있다. 많다는 말은 표현이고, 없다는 말은 진실이다. 우리가 안다는 것도 아무 것도 모르는 것에 가깝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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