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프면 천천히 먹어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앞에 놓인 음식을 다 먹어버린 다음에야 음식이 사라져버린 것을 알고 깜짝 놀라게 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스스로 견디기 힘든 고통에서 떨어져 나와 감이 잡히는 다른 것에 나 자신을 다시 정립한다.
내가 지금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 상황은 있을 수 없거나 차마 있어서는 안되는 끔찍한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견딜 수 있는 방향으로 회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쓰게 된다.
내가 처한 비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공허함보다 견디기 수월하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며 나는 거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불안과 공포 그 자체는 부정적인 체험이기 때문에 그것을 견디고 함리화하는 방향으로 방어기제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빠질 수 있는 일상의 삶에서의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태에 대한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은 우리가 빠질 수 있는 쾌락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것에 집착하는 마음이 문제다. 내 마음의 흐름을 살펴 잘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떠나 혼자 절에 간다고 해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들과의 일상에 사로잡힌 삶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적 축적과 감각적 쾌락에 중점을 두는 일상생활을 거부한다고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초월적 영혼의 최고로 숭고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명상을 하거나 요가를 하고, 흔들리지 않는 부동의 상태를 얻기 위해 고행한다고 해서 안정되지 못하고 격렬하게 흔들리는 육체와 욕망의 바다가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다.
일상 생활을 한다는 것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신비한 조화를 통한 심신의 통일을 이룩하고 지속시킨다고 해서 지속적인 마음의 평온함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마음이 지속되면 일상의 삶에서 나 자신을 떼어놓게 된다.
일상의 삶에서 단순히 마음이 떨어져 나온다고 해서 삶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흥망성쇠와 생노병사와 관련된 상처와 불안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명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여전이 나는 이전의 그 자리에 그대로 변함없이 있게 마련이다.
나를 괴롭히는 근본적인 불안이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나를 억압하고 있고, 그냥 잠깐 동안 그런 불편함에서 떨어져 있는 것 뿐이다. 이해해준다는 말은 바로 함께 한다는 말이다. 아이가 울면 엄마가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관심을 돌리는 것처럼.
아이가 우는데 엄마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거나 현장에 엄마가 없다면 아이의 성장에 나쁜 환경이다. 아이가 우는 것은 목적한 바를 달성하는 데 실패한 쓸모없는 울음이기 때문이다. 현재에서 떨어져 나온 마음의 바탕에 공감함으로써 그 마음이 머물 별도 공간을 만들게 된다.
존재하기 위해 현실에서 마음이 떠난 나 자신의 불안한 심리상태에 공감하며 자비로운 태도를 회복하면 오랫 동안 잊혀진 좋은 마음 상태로 나아가게 된다. 깊은 이해와 공감으로 회복한 희망과 함께 비로소 밝은 웃음이나 울음을 웃고 울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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