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머님의 기일이라서 아버님의 기제사까지 한번에 모셨다. 명절 제사는 절에서 모시고, 기제사는 어머님 기제사가 빨라서 한번에 두 분의 기제사를 집에서 모시고 있다. 일 년에 한 번씩 모시는 제사는 항상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
음식을 차리는 데도 잘못일 수 있고, 제사를 모시는 절차에도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나는 별로 크게 마음에 개의하지 않는다. 마음이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제사 후에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 나와 집사람의 제사는 음식을 차리지 말라고 했다.
그냥 모사 그릇에 소주 한 잔 붓고 아내가 좋아하는 커피도 한 잔 붓고, 향을 하나 피워놓고 그냥 모여 식사하는 날로 하라고 했다. 그렇게 할지 말지 고민하지 말고, 그렇게 하라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음 속으로 부모에 대한 생각만으로 즐거움에 찰 수도 있고, 아쉬움과 부족함, 혹은 두려움 같은 감정으로 찰 수도 있을 것이다. 음식을 차리고 익숙하지 않는 절차에 집중하느라 정말 필요한 조상들과의 마음 속 만남의 질과 양에 소홀해질 수 있다.
특정한 감정으로 색이 입혀진 마음의 형태나 감각, 체험에 주의를 기울이면, 그런 정서가 강할수록 마음이 얼마나 더 진하게 물드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마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좌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마음이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될수록 마음으로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심전심처럼 마음의 진실은 마음이 알고 있음을 안다. 하늘처럼 내 마음을 뒤덮고 있던 슬픔이나 걱정, 허망함 같은 구름들이 햇살에 이슬 사라지듯 사라지게 된다.
마음 속 어두운 구름이 사라지면 그 위에 있던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 또렷이 나타나는 것이 정상적이다. 구름 낀 마음이 그렇게 빛나는 있는 그대로의 마음의 존재를 알게 된다는 말이다. 부모들에게 대한 기억도 구름과 하늘의 관계와 같다.
구름의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는 구름 위에 있는 하늘의 존재를 알 수가 없다. 나만의 생각은 과거의 어떤 사건에만 머물러 있기 쉽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은 마음이 하는 일이다.
생각을 문제로 만들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면 되는데, 그것이 어떤 생각 자체에 대해 생각하거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을 보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님을 히해하는 것이다.
이 세상은 내 마음이 만드는 현실이다. 생각은 말할 것도 없고, 세상과 분리된 나는 있을 수 없다. 여기 안과 저기 바깥은 둘이 아니라 내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서로 연결된 하나이다. 나는 세상과 얽혀 있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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